나무를 만날 때
엠마 칼라일 지음, 이현아 옮김 / 반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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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나무 한 그루 앞에 한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나무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그리고 나무는 아이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그림책 <나무를 만날 때>의 나무와 아이는 어쩌면 나무와 내가 만났던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그 모든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지 모르겠다 생각해 봅니다.



우리 주변에는 늘 움직이고 바쁜 사람들이 존재하지요.

그래서인지 나무는 마치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존재로 여기고 무심히 지나쳤을 거예요.

하지만 나무 가까이 다가가 찬찬히 들여다 보고 매일 눈맞춤을 해본다면 그 생각은 바뀔 거예요.

햇빛 쪽으로 좀 더 가지를 뻗기도 하고, 연한 색의 잎사귀가 새로 나기도 하고, 찾아오는 곤충과 새들 그리고 발 아래 땅 속에서는 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답니다.



하나의 살아 있는 유일한 존재로 나무도 고유한 자신의 모습과 정신을 갖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지요.

우리가 하나 하나 다 다른 것처럼 나무다 다 다른 하나로 살아가고, 우리가 서로 돕고 연결되려고 애쓰는 것처럼 나무도 그런 것을요.

나무와 나무 사이의 연대와 교류 그리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은밀한 대화가 존재함을 보니 그저 놀랍습니다.

문득 나무의 언어를 배우고 싶어지네요.

우리보다 훨씬 길고 긴 시간을 한 자리에서 보내며 보았을 수많은 이야기에 대해 들을 수 있을 테니까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지만 사실 나무가 보고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조금 밖에 모른 채 살다 가는 인생일 수도 있겠다 싶군요.



주변을 둘러보면 나무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도와주고 있기도 하는데요.

지금 펼쳐보고 있는 이 그림책만 해도 나무가 없었더라면 만날 수 없었을 테니까요.

미래 세대와 공유하기 위해 기억을 저장하는 나무는 종이가 되어 우리의 이야기를 다음 세대로 전하는 귀중한 책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나무라는 이토록 신비롭고 귀하고 고마운 생명체와 함께 살아갈 수 있어 참 고맙네요.



그림책 <나무를 만날 때>를 보기 전에는 그냥 서 있는 나무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주변의 나무 하나 하나가 특별한 존재로 달리 보입니다.

아래로 넓고 깊게 뿌리 내리고, 위로는 높고 풍성하게 가지를 펼치며, 시간의 흔적을 나이테에 한 줄 한 줄 그리며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나무라는 생명체가 건네는 삶의 지혜는 아이와 꼭 함께 보고 싶네요.

늦가을에 부는 바람의 차고 힘이 넘치는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나뭇잎들이 우리 주변을 맴돌고, 땅 위 수북한 나뭇잎들이 바스락바스락 온갖 수다를 떠는 오늘의 나무들을 지금 만나러 가야 할 때라는 걸 알려주고 있어요.

그래서 그림책 <나무를 만날 때>는 작가님을 통해 나무가 우리에게 보낸 초대장인 것 같은데요.

오늘은 밖에서 만나는 나무와 다정한 인사와 눈맞춤을 하거나 손을 살며시 나무에 얹고 교감해 보아야겠습니다.

나무를 만날 때 비로소 우리도 나무가 되어 나무를 느끼고 나무와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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