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자리 그림책이 참 좋아 92
김유진 지음 / 책읽는곰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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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자리에 앉은 거북이와 눈이 마주쳐 조금 놀란 아이의 표정이 어쩌면 나도 저 상황이라면 똑같은 표정을 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표지의 그림책 < >

분명 교실인 것 같은데 창 밖은 수족관이나 바닷속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는데요.

여기는 바닷속 학교인 걸까요?

여기가 어디인지, 아이와 거북이의 이 깜짝하고 놀라는 눈맞춤으로 시작된 만남이 어떻게 흘러갈지 뒷자리에 앉아 가만 들여다봐야겠습니다. ^^



표지 속 주인공 아이는 서우라는 이름이 있지만 친구들에게 '북이'라고 불리는데요.

그것은 서우가 거북이처럼 행동이 느리고 굼뜨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에요.

하루는 다른 반과 이어달리기 시합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지요.

친구들이 느린 서우 탓을 하는 말을 듣고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에 친구들과 눈을 마주칠 수 없어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가다 낯선 가게 앞에 도착합니다.



그곳은 새로 생긴 수족관이었고 거기에서 거북이를 발견하게 되지요.

집에 돌아와서도 느리고 혼자인 거북이가 자기 같아 마음이 쓰여 종이로 거북이를 만들기 시작하는 서우.

종이 거북이를 위해 서랍에 집까지 마련해 주고 들여다보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닷속 친구들의 수영 대회에 휩쓸려 들어간 자신을 깨닫게 되는데요.

빠르게 헤엄쳐 가던 종이 거북은 되돌아와 자기 때문에 꼴찌하면 어떡하느냐는 서우를 등에 태우며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같이 가는 게 더 재미있으니까."라고 말이에요.



서우의 손 끝에서 정성으로 태어난 종이 거북이는 서우의 아프고 외로운 마음을 그렇게 어루만져 주네요.

과열된 경쟁 때문에 상처 입은 친구들이 생겨나는 걸 보고 있자니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어른들의 책임인 것 같아 안쓰럽고 미안하기도 하더군요.

그럼에도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바닷속 친구들 모두가 함께 하는 즐거운 놀이로 회복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그래서 또 대단하고 고마웠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늘 뒤쳐진 자신의 모습에 한껏 움츠러들고 숨 한 번 제대로 못 쉬는 아이를 보며 마음 한 켠에 그늘이 드리워집니다.

차분히 앉아 모서리를 맞춰 순서대로 접어 친구를 만드는 아이의 손놀림에 담긴 섬세한 감정들이 서랍 속에 그대로 묻히기만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물 밖으로 참은 숨을 내뱉으며 힘차게 나오는 서우의 모습은 그래서 그 어떤 장면보다 제게 그늘이 걷히고 숨통을 트이게 해주었어요.

누군가의 외로움을 알아보고 곁에 다가와 주는 다정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있기에, 누군가의 특별한 반짝임을 놓치지 않고 바라봐 주는 이들이 있기에 다행이고 감사하게 되네요.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처럼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반짝이며 빛을 내는 별이라는 사실을 그림책 < >가 서서히 밝혀줍니다.

육지에서는 세상 제일 느린 거북이지만 바닷속에서는 누구보다 빠른 거북이들이 참았던 숨을 시원하게 내뱉는 그 잊을 수 없는 순간을 같이 느끼고 싶군요.

모두와 같이 더 보고 싶은 그림책 < >는 같이의 가치가 별처럼 빛나는 그림책이기에 말입니다.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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