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 - 츠지 히토나리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인생 레시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권남희 옮김 / 니들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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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먹는 일에 큰 관심이 없는 인간인지라 집에 제대로 된 요리책도 그렇다할 요리도구도 변변치 않지만 '츠지 히토나리'라는 이름과 그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인생 레시피'라는 문구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라는 다정한 책 제목 때문에 이 책을 펼쳐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20대와 30대 자취생활을 하던 때에 이 책을 만났다면 오롯이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만났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기에 아이들을 떠올리며 읽을 수 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더 좋을 수 밖에 없기도 했는데요. 나를 위한 요리를 넘어서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사람으로 이 책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작가인 츠지 히토나리 본인이 16년을 부엌에서 보낸 시간이 어쩌면 책상에서 보낸 글을 쓰는 시간만큼이나 살기 위해, 살아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었구나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가 부엌에 들어서서 요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알게 되면 말이에요.

생명과 글쓰기 그리고 요리와 삶을 관통하는 이 이야기가 품은 진정성이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먹고 쓰고 살아가는 일을 하는 한 사람이 한 생명의 양육자로, 작가로, 요리하는 사람으로 지내온 시간이 쌓여 나온 책 앞에서 자세를 고쳐 앉게 되더군요.

그렇다고 묵직한 이야기들에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아이에게 요리를 가르치며 이런저런 삶의 이모저모를 다정하고 유쾌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신기하게 글로 적혀 있는 요리법만 봐도 사진이나 동영상 없이 만드는 모습이 그려지는 게 그만큼 요리를 처음 만들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고 수도 없이 이 요리를 만들어 봤다는 걸 자연스레 느낄 수 있어 믿음이 갑니다.

그래서 새삼 다정한 그 배려에 마음이 느슨해지고, 그 맛이 더 기대되고 이 식탁에 함께 앉아 음식을 맛보고 싶다 생각해 보지요.



"힘들 땐 언제든 이곳으로 도망쳐 오렴. 있잖아, 주방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

이 문장이 맞아주는 이 책 덕분에 순간 마음이 폭신해지고 안심이 되더군요.

힘이 들 때면 책 속으로 도망을 치고 책 속에서 위로를 받았던 나지만 돌이켜 보니 엄마의 부엌에서 엄마의 음식으로 분명 위로를 받았고 그 음식으로 생명을 연장하며 성장해 왔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하나뿐이었던 도피처가 이제 더 늘었다는 거예요.

무엇보다 아이와 이 사실을 공유할 수 있어서 기쁘기도 하네요.



나를 생각하며 만든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서로가 없던 자신만의 시간을 조금씩 꺼내보기도 하고, 하고 싶던 이야기를 은근슬쩍 음식과 함께 건네기도 하면서 음식과 마음을 주고 받는 부엌의 온기와 식탁의 풍성함을 기대해도 좋은 책 <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

하나의 요리와 그 요리에 깃든 아이와의 시간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 그런지 따뜻함과 웃음이 다정한 다독임과 격려로 마음이 가득 채워질 거예요.

물론 익숙치 않은 요리법과 재료들이 등장하지만 그래서 어쩌면 이 요리를 해 보고 이 요리로 몸과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 더 특별하게 기억되겠지요.

보는 내내 맛있음이 확실히 보장된 음식들 덕분에 입에 침이 고이고, 재미와 감동 가득한 이야기에 눈과 귀가 즐겁고 마냥 행복해집니다.

이제 부엌으로 들어서는 일이 더이상 귀찮기보다는 기대감으로 설레는 일이 될 것 같네요.

<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가 그토록 다정한 제목으로 나를 이끌었던 것은 작가의 진심어린 애정이 제목 그대로이기 때문이라는 걸 시종일관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우리의 매일이 정말로 맛있는 하루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 그 진심처럼 지치고 허기진 우리의 마음에 맛있는 글로 가득채워줄 이 책을 당신의 식탁 위에 올려두고 싶군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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