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 있지?
박성우 지음, 밤코 그림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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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를 타고 있는 토끼 친구의 표정이 너무 안 좋아 보여 무슨 일인가 싶어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됩니다.

그네 타는 게 너무 무서운가 싶어 제목을 보니 <엄마 어디 있지?>

아! 그네가 문제가 아니라 엄마가 안 보여 그런 거였나 봐요.

토끼의 표정이 너무 간절한데다 심지어 표지의 글자도 울면서 떨고 있으니 이거 그냥 지나칠 수 없겠네요.

자, 그럼 지금부터 토끼네 엄마 찾기에 나서 볼까요? ^^



잠자리 독립을 시작한 아이에게 밤은 얼마나 길고 캄캄하고 막막한 시간일까요?

그럴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단 한 사람은 바로 엄마겠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엄마는 괴물 왕거미에게 잡혀간 것 같은데요.

아이는 이대로 이불 속에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용기를 짜내 엄마를 구하러(?) 갑니다.

바로 엄마와 아빠의 방으로 말이지요.

그것도 전속력으로 달려서요.

결국 혼자 자기는 내일부터 시작해야 할 모양이네요. ^^



엄마에게 안기는 순간 세상은 이보다 안전하고 따뜻하고 평온할 수 없네요.

침대 끄트머리로 밀려난 아빠가 왠지 짠해 보이는 건 저뿐만이 아니겠지요? ^^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슬프고 눈물이 나고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꼬마 토끼.

보이지 않는 엄마가 자신의 상상 속에 투영된 불안으로 위험에 처하자 용기를 내어 구하려는 그 마음은 또 그 마음대로 사랑스럽네요.



아이는 자랄수록 점점 늘어나는 엄마 없는 순간들 그러니깐 위기인 동시에 성장의 기회를 더 자주 마주하게 되는데요.

엄마 껌딱지인 아이의 주체할 수 없는 엄마 사랑은 사실 엄마로서 걱정이 된다기보다는 고맙고 그저 뿌듯하기만 합니다.

사실 아이만큼이나 엄마인 저도 아이 껌딱지라서요. ^^

그래서인지 제게는 이 그림책이 아이의 불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가 엄마에게 보내는 사랑의 고백 같더군요.

서로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비록 불안하고 괴로울지라도 조금씩 조금씩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면서 서로를 다시 만나 확인하면서 더 단단하고 확고해지는 사랑과 믿음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지요.









나의 피난처이자 나의 구원인 엄마라는 존재는 그야말로 아이의 시작부터 끝을 아우르는 아이의 전부인데요.

이 전부인 세계로부터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일은 정말 세상이 끝나는 것만 같은 대위기이자 종말처럼 느껴질 거라 짐작해 봅니다.

그림책 <엄마 어디 있지?>는 그런 아이의 불안한 심리를 무겁지 않게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는데요.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고 내 시선 밖으로 사라지더라고 심리적 거리는 전혀 그렇지 않음을 오히려 돌아온 엄마와의 재회로 사랑을 확인하고 충전하게 된다는 것을 모두에게 잘 보여주고 있지요.

글에는 아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면서 그림 속에는 그런 아이의 마음과 더불어 엄마와 아빠의 마음과 입장까지도 빠짐없이 담아내고 있답니다.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게 챙기는 방식이 재미있으면서도 따뜻한 사랑이 넘치는 그림책 <엄마 어디 있지?>

책을 다 보고서 다시 표지를 보니 이제서야 보이는 아이를 둘러싼 나무의 표정.

엄마의 얼굴을 하고서 아이를 지켜보고 있네요.

아이도 이제 엄마가 보이지 않더라도 엄마가 곁에 있음을 다시 돌아올 거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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