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에 녹아든 설탕처럼 - 우리는 서로에게 달콤한 존재들

우유에 녹아든 설탕처럼 ㅣ 웅진 세계그림책 225
스리티 움리가 지음, 코아 르 그림, 신동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새로운 곳, 낯선 곳에 가서 적응을 잘하는 편인가요?

저는 어린 시절 아빠의 잦은 전근으로 이사를 많이 하면서 점점 새로운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는데요.

그래서 낯선 땅으로 이민을 온 어린 소녀의 이야기인 <우유에 녹아든 설탕처럼>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군요.

그럼 지금부터 소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 보겠습니다.

혼자서만 고향을 떠나 이모와 이모부가 있는 낯선 땅으로 온 어린 소녀.

두 분은 소녀를 위해 여러 가지로 신경 써 주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그립기만 하지요.

그렇게 외로운 소녀에게 이모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는데요.

과연 이 이야기는 소녀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요?

먼 옛날 페르시아 땅에 살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피난을 갑니다.

험한 바다를 간신히 건너 도착한 곳에서 그들의 지도자는 그 땅의 왕에게 자신들을 받아 달라고 하지요.

하지만 왕은 이상하고 낯선 그들의 외모와 언어에 거부감이 들어 거절하는데요.

말이 통하지 않자 컵에 우유를 가득 채워 보이며 더 이상 자리가 없다는 의미를 전달해요.

현명한 지도자는 낡은 부대에서 설탕 한 숟가락을 우유가 가득 든 잔에 천천히 붓고 조심스레 저어 녹여 보여요.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말입니다.

왕은 지도자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소녀도 이 이야기의 의미를 알아차리지요.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어 보이지만 이제 우유의 맛은 달콤할 거예요.

설탕을 넣지 않았다면 몰랐을 달콤함, 우유에 녹아들지 않았다면 몰랐을 특별함.

피난을 온 이들도. 원래 살던 이들도 서로에게는 낯선 존재들이지만 더불어 사는 존재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녹아들자 모두의 삶이 부드럽고 달콤해진다는 이 이야기가 너무나 맛있군요.

낯설고 다름 앞에서 누구나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앞서겠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설탕 같이 달콤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이 달콤한 이야기가 모두의 마음에 잘 녹아들고 스며들면 좋겠네요.

"어디를 가든 모두에게 달콤한 존재가 될 거야"라는 어린 소녀의 다짐처럼 우리가 언제든 서로를 품을 수 있는 따뜻하고 달콤한 존재로 살아가기를 꿈꿔 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