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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타르트와 홍차와 별들
파니 뒤카세 지음, 신유진 옮김 / 오후의소묘 / 2022년 8월
평점 :

서커스 무대 한 가운데로 쏟아지는 레몬 빛 조명이 아름답고 따스하게 드리워져 있는데 주인공이 안 보이네요.
어둠에 쌓인 관객석의 모두가 숨을 죽이고 눈을 크게 뜨며 주인공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덩달아 저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면서 커져가는 기대감을 숨길 수가 없어집니다.
'짠~!'하고 나타날 주인공을 위해 그림책 <레몬 타르트와 홍차와 별들>의 표지를 힘차게 넘겨볼까요? ^^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레몬 색의 탐스러운 머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무스텔라.
온종일 욕조에 몸을 담그고 황당한 이야기를 읽는 걸 좋아한다는군요.
옆집에는 온종일 레몬 타르트를 굽는 쉐리코코가 삽니다.
또 다른 이웃은 백 살 넘은 동안의 할머니로 온종일 125마리의 고양이들에게 차를 대접하고요.
세 사람에게서 노오란 레몬 색이 보이고, 상큼한 레몬 맛이 느껴지고, 은은한 레몬 향이 나는 것 같네요. ^^

앨리스가 시계 토끼를 쫓아가며 모험이 시작되듯이 무스텔라가 가장 좋아하는 황당한 이야깃속 꼬마 마법사를 따라가며 이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스스로의 경계를 넘어서는데요.
자신만의 안전지대를 넘어서는 순간 무스텔라는 엉뚱하고 황당함으로 충만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됩니다.
노오란 레몬 같은 햇살을 받으며 일광욕을 하며 행복 에너지를 충전하고, 꼬마 마법사의 소중하고 그리운 사람을 찾아주기 위해 함께 노오란 열정을 불태우고, 레몬 같은 노란 별이 쏟아지는 서커스 무대에 서서 빛나는 자신을 찾는 정말 엄청난 이야기 말이에요.

경계선 밖의 세상에서는 그야말로 상상의 흐름대로 그 어떤 이야기도 가능한데요.
장면마다 애정이 가득 담긴 오밀조밀하고도 촘촘한 그림에 마음을 빼앗겨 그런지 아무 저항감 없이 그냥 이 모든 전개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황당한 이야기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지요. ^^

이 레몬 같은 친구들의 모험이 계속될수록 저는 이 이야기가 점점 더 마음에 들더군요.
특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하나 없는 굉장하고 아름다운 서커스단의 등장이 말이에요.
가면을 쓰고 마련된 자리에 앉아 있던 이들은 어느새 가면을 벗고 무대 한 가운데로 차례 차례 올라갑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요.
관객석에 있는 다른 이들처럼 숨을 꾹 참고 무대 위의 세 사람을 보고 있자니 문득 나도 무대 위에 선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상상하게 되는데요.
무스텔라처럼 그 어떤 한계도 없는 환상적이고 황당한 이야기를 진지하고 당당하게 하고 싶다 꿈꿔 봅니다. ^^

욕조에 담긴 몸이 살짝 떠 부유하는 기분을 느끼며 논리적인 이성의 세계가 아닌 황당한 상상의 이야기를 즐기는 무스텔라 덕분에 잊었던 어떤 도약과 일탈을 다시 회복하는 기분이었는데요.
무스텔라에게 꼬마 마법사가 그런 존재였다면 우리에게는 이 책이 바로 그 도약과 비밀의 열쇠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거든요.
이제 '레몬 타르트'와 '홍차'를 먹고 마실 때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르셀'이 '마들렌'과 '홍차'가 데려다 준 '잃어버린 시간'을 떠올리듯이 나의 황당하고도 아름다운 세상을 상상하게 될 것 같네요.
19세기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20세기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1세기의 '레몬 타르트와 홍차와 별들'을 만난 그림책 같기도 한 <레몬 타르트와 홍차와 별들>
노오란 레몬빛 조명이 나를 감싸는 순간을 만끽하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활짝 펼쳐보세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