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시 - 지구와 손잡고 부르는 둥근 노래

지구의 시 - 푸른 별 지구를 노래한 30편의 시 ㅣ 나무의말 그림책 3
하비에르 루이스 타보아다 지음, 미렌 아시아인 로라 그림, 김정하 옮김 / 청어람미디어(나무의말) / 2022년 8월

오늘도 아이는 묻습니다.

"난 어디에 살아?"

아이는 자신의 존재가 살아가는 이 지구를 궁금해 하지요.

하늘 너머의 세상과 땅 속의 세상 그리고 자신 안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에 대한 호기심으로 오늘도 묻고 노래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데요.

그런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은 그림책을 하나 만났습니다.

중력이라는 다정한 힘으로 우리를 꼭 붙잡아 주고 있는 아름다운 지구를 노래하는 시그림책이자 탐험하는 과학그림책 <지구의 시>

지구를 닮은 푸른 빛 선율과 호기심이 감탄이 되는 순간들을 기대하게 되는군요. ^^

우리는 책을 통해 지구의 움직임, 생김새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 쌓인 흔적들과 기상현상과 자연환경을 시와 그림으로 하나 하나 만나게 되는데요.

동그란 풍선 같고 공처럼 둥근 지구, 재미있는 모양의 대륙이 있는 지구, 다양한 색을 모아놓은 팔레트 같은 지구는 팽이처럼 돌고 돌지만 늘 제자리를 지키는 신기한 존재네요.

우리는 어느새 지구를 따라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고, 무거워진 마음은 지구처럼 가볍게 띄워 올리고, 뾰족해진 마음은 지구처럼 둥글게 말랑말랑하게 주물러 주고, 심심해진 마음에 색색깔의 무지개를 드리워 무지개 끝에 입꼬리를 이어 둥근 무지개 미소를 짓기도 하며 지구를 닮아 갑니다.

그리고 궁금하기만 한 지구의 아주 오래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지구의 비밀을 상상해 보지요.

아침부터 밤까지 바라보는 지구의 모든 순간 순간.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들여다 보는 지구의 구석 구석.

태양과 달, 빛과 어둠, 대륙과 바다, 곶과 만, 밀물과 썰물, 물과 불, 남극과 북극, 사막과 오아시스, 추위와 더위, 운동과 정지, 사람들이 아는 지구의 이야기와 사람들이 모르는 지구의 비밀, 소음과 고요, 순간과 영원, 생명과 죽음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갑니다.

이 책은 지구의 모든 것들이 물처럼 돌고 돌아 다가왔다 멀어지고 보이다가 사라지고 멈춰 있다가 움직이고 그대로인 듯 변하며 살아 있는 존재임을 분명하게 들려주고 보여주고 있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그 이상하면서 아름답고 살아 있는 지구만큼이나 이상하면서 아름답고 살아 있는 우리들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지구를 대해야 하는지까지 우리의 생각을 데려 가는데요.

지구라는 생명, 지구라는 자연 환경, 지구라는 신비, 지구라는 과학, 지구라는 시가 우리 앞에 펼쳐지며 우리를 품에 안았다가 다시 우리 안으로 들어오는 순환을 느끼게 해주지요.

책을 보는 내내 지구를 생각하고, 지구가 품고 있는 나를 인식하고, 다시 지구를 품어보는 내가 되며 지구와 우리들이 함께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요.

<지구의 시>는 나라는 존재 밖의 거대한 세상을 가까이에서 응시하기도 하고 멀리 내다보기도 하며 아름다운 그림과 시로 감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구 자체가 하나의 동그란 시라는 것을, 지구와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순간 순간이 일상이고 기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더군요.

아이들이 지구가 되고, 시가 되고, 다시 내가 되고, 우주가 되고, 우리가 되는 시그림책 <지구의 시>

책은 30편의 시와 그림으로 끝이 나지만 지구와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손을 맞잡고 걷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우리가 함께 노래할 시들이 더 기대되는 마지막이 내미는 손을 모두가 꼭 잡기를 바랍니다.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