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 9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한상남 옮김, 찰스 산토레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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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만난 수많은 이야기들 중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 '벌거벗은 임금님' 등 아직도 생각나는 안데르센의 이야기들은 어린 마음에도 끌리는 뭔가가 있었는데요.

비록 어릴 때는 작가 이름을 모른 채 들었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들이 안데르센의 것임을 알게 되었지요.

그의 이야기 중 어린 마음에 처음으로 남녀의 사랑에 대해 어렴풋이 느꼈던, 그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비극적인 이야기인 <인어공주>는 여전히 마음에 맺힌 진주 같습니다.

생명의 은인이 인어공주인 것을 모르는 왕자가 그저 바보 같고, 원래 자신이 있던 세계로 돌아가기를 포기한 인어공주가 답답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의 <인어공주>

이제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요.

예전과는 다른 이야기로 읽힐 것 같아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만나게 되어서 더 기대가 되네요.



상반신은 사람의 몸이고, 하반신은 물고기 꼬리가 달린 인어.

바다 깊은 곳에 있는 이 인어들의 왕국의 막내 공주는 인간 세상을 동경합니다.

열다섯 살이 되는 해에 마침내 물 위의 세상을 구경하게 되는데요.

폭풍을 만나 배가 난파되어 죽을 뻔한 왕자를 구하지만 정작 왕자는 인어공주가 생명의 은인임을 모르지요.

날이 갈수록 왕자를 향한 마음은 커져만 가고 인어공주는 마침내 숲속 마녀의 집을 찾아가 해서는 안 될 거래를 하기에 이릅니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어주고 두 다리를 얻는 대신 걸을 때마다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인어공주.

이 밑지는 불법 거래를 사랑에 빠진 어린 인어공주는 하고 마는데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공주라고는 하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는 이 확신할 수 없는 사랑의 결말이 비극일 거라는 생각을 분명히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지만 그 생각은 사라진 목소리처럼 꿀꺽 삼켜 버렸을 테지요.

그렇게 왕자의 곁으로 간 인어공주는 왕자를 더욱 사랑하게 되지만 왕자는 인어공주를 누이처럼 사랑하고 아낄 뿐.

왕자가 그토록 찾던 해변에서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이웃 나라 공주와 결혼을 하고 말고요.

인어공주의 언니들은 탐스럽고 아름다운 머리를 마녀에게 주는 대신 인어공주가 살 수 있는 칼을 받아 오지만 인어공주는 차마 왕자를 칼로 찌를 수 없어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어쩌면 인어공주는 왕자도 사랑했지만 무엇보다 누구보다 영혼을 가진 인간으로 살아보기를 간절히도 원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

이루지 못한 사랑의 슬픔만 더듬거리며 어림짐작해보던 아이가 성장해 다시 읽어 보니 이 이야기는 인간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인어공주는 인간의 영혼을 갖지 못하지만 사랑을 통해 성장하지요.

그래서 이야기의 끝에는 나오지 않지만 분명 인어공주는 영혼을 가진 사람이 되어 다시 태어났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더군요.

영혼이 없음에도 진실되었던 인어공주의 사랑은 죽음을 넘어섰으니 말입니다.

몸짓과 눈빛으로는 전달되지 못한 사랑을 보며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 사랑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요.

목소리를 잃은 사랑이 안타까워 내 사랑은 언어의 날개를 달아줘 상대의 마음에 잘 도착할 수 있게 해야겠다 싶더군요.

찰스 산토레의 아름답고 섬세한 그림이 인어공주의 모습과 감정에 깊이를 더하고 은은한 반짝임으로 설렘을 더해주어 인어공주의 이야기가 우리들 마음 속에 더 오래, 더 깊숙하게 자리하게 해주는 것 같네요.

여전히 아름답지만 이제는 비극이 아닌 사랑과 영혼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온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다시 만나 무척 설레고 반가웠답니다.

<인어공주>를 처음 만나는 이에게도, 저처럼 다시 만나는 이에게도 인어공주는 아름다운 노래와 춤 그리고 사랑과 영혼의 이야기를 선물해 줄 거예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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