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와 나비 - 2023년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 그림책 숲 28
E. E. 커밍스 지음, 린다 볼프스그루버 그림 / 브와포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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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나비>

이 둘의 접점은 무엇일까요?

현재 지구상 가장 커다란 몸집을 가진 동물하면 떠올릴 코끼리와 가장 가벼운 몸짓의 나비가 한 그림책에 함께 나온다니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무거움과 가벼움에 대한 서로 반대되는 어울리지 못하는 존재들에 대한 그런 이야기일까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코끼리와 나비가 들려줄 짐작조차 어려운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볼까 해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코끼리.

하지만 그림을 들여다 보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산꼭대기 작은 집 창문 밖을 하염없이 내다보고는 있으니까요.

그 모습이 무척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동시에 큰 덩치의 코끼리가 의자를 밟고 올라선 모습은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하는데요.

선뜻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 커다랗고 소심한 코끼리에게 어느 날 누군가 찾아옵니다.



아름다운 나비 한 마리가 코끼리의 작은 집을 향해 다가오는 게 아니겠어요.

나비가 점점 다가올수록 긴장되고 설레는 코끼리의 마음.

나비는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혹시,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

이렇게 코끼리와 나비는 만났습니다.

무겁고 느린 코끼리, 세상 밖으로 나가기를 주저하는 코끼리와 자유롭고 가볍디 가벼운 나비는 사랑에 빠지지요.





너무나도 다른 이 두 개체는 함께 세상으로 나가기로 하는데요.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사랑하는 서로가 있기에 코끼리는 용기를 내지요.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코끼리는 나비를 사랑하는 코끼리, 세상으로 나온 코끼리가 됩니다.

그리고 나비가 조심스럽게 코끼리의 작은 집에 들어갔던 것처럼 코끼리도 초록 계곡 아래에 있는 나비의 집에 들어가네요.

제게는 비로소 서로가 서로의 공간을 확인하는 이 순간이 감동적이더군요.

이제부터 진짜 코끼리는 코끼리로, 나비는 나비로 서로를 사랑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요.



나비의 생활이 묻어 있는 나비의 공간에 나비가 그랬던 것처럼 조심스레 들어가는 코끼리.

이제 코끼리와 나비는 서로의 존재와 각자의 공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인정합니다.

코끼리는 자신의 집으로 혼자서 돌아가지만 이제 집 밖으로 나오는 일이 두렵지 않아요.

오히려 가장 즐겁고 기쁜 일이 되지요.

밖으로 나와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세상을 경험하는 일상이 코끼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전혀 다른 두 존재, 어쩌면 극과 극에 위치한 두 존재가 만나 조심스럽게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정성스럽게 그려진 그림책 <코끼리와 나비>

거대한 몸집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창 밖 세상만 바라보는 코끼리가 현대의 우리 모습처럼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요.

세상 가벼운 날갯짓으로 조심스레 다가온 나비의 용기 덕분에 코끼리는 마침내 사랑의 힘으로 밖으로 나갈 용기를 냅니다.

그리고 나비와 같은 방식으로 나비의 집에 들어가고 코끼리와 나비는 비로소 서로를 온전히 마주하고 인정하게 되지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코끼리가 세상 밖으로 나와 나비를 사랑하는 코끼리가 되는 이 모든 과정이 놀랍고 신기하면서 아름답고 따뜻하기 그지 없네요.

세상과 거리를 두고 한없이 자기 내면에 틀어박힌 무거운 코끼리들에게 나비처럼 자유롭고 조심스레 이 그림책을 건네고 싶어지는군요.

무겁고도 가벼운, 함께이면서도 독립적인, 조심스럽지만 친밀한 코끼리와 나비의 사랑.

이런 사랑을 발견하는, 이런 사랑을 하는 오늘을 살고 싶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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