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학교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하타 고시로 그림, 권남희 옮김 / 이야기공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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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이 되어 처음 학교에 갔던 날을 기억하나요?

자세한 것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제 몸보다 큰 옷을 입고 다른 아이들과 운동장에 서 있던 이른 3월의 조금은 차가운 공기는 또렷이 기억납니다.

아직도 몸이 기억하는 그날의 찬 공기가 이제 다른 의미로 다가올 텐데요.

곧 첫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학부모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에요.

학생이 아닌 학부모의 입장이 되어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니 또 학교와 연결고리가 생기는군요.

(게다가 학교가 직장이었던 터라 전 삶의 대부분을 학교와 함께할 운명인가 싶네요. ^^;;)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 3년까지 적어도 10년 이상을 학교에 다니는 우리들에게 학교는 어떤 의미일까요?

그림책 <와 학교>에서 어쩌면 그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를 향해 뛰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부디 아이가 착지를 잘 하기 바라는 응원의 마음으로 따라가 볼까요! ^^



'드르륵' 낯선 교실 문을 열고 그 자리에 멈춰 선 아이.

익숙하고 포근한 엄마 품 같은 집이 아닌 낯선 학교와 교실 그리고 친구가 될 낯선 아이들을 바라보며 설렘과 불안함에 그대로 정지.

집에서는 아이인 나였다면 이제부터 학교에서는 학생으로,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오롯이 받던 아이에서 수많은 학생 중 하나가 됩니다.

그렇게 아이는 새로운 세상에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는데요.



엄연히 집과 다른 학교만의 분위기와 질서 그리고 선생님이라는 존재에 대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의 나를 발견하는 시간들을 보내게 되겠지요.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그저 어색하고 낯설고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될 거예요.

하지만 나라는 존재 밖에 있는 공동체가 가정 외에 또 있음을 아이는 조금씩 깨닫고 서서히 알아가고 배웁니다.

아이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학교는 지식만 전수받는 장소가 아니라 존재의 의미와 역할의 확장을 배우고 깨닫는 장소였음을 깨닫게 되는데요.

사실 본래 그런 곳인데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구나 싶더군요.



학교가 좋은 날도, 학교가 싫은 날도 있습니다.

마치 내가 좋은 날도 있고, 싫은 날이 있는 것처럼, 엄마가 좋은 날도 있고, 싫은 날이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빛과 어둠, 맑은 날과 흐린 날, 웃음과 눈물, 칭찬과 야단, 흑과 백, 네와 아니오 같은 수많은 양극의 사이를 오고 가는 여행을 하며 아이는 그렇게 성장해 가네요.

상처를 입을 때도 있지만 상처를 보듬고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며 점점 더 단단해져 가면서요.


새삼 돌이켜 보면 전 학교를 좋아하는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일이 그리 달갑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와 학교>를 보면서 내가 몰랐던 학교를 새롭게 알아가는 것 같았어요.

다니카와 슌타로 작가님의 단순한 문장 속에 담긴 깊은 울림이 있는 글과 하타 고시로 작가님이 그린 다정한 친구 같은 그림은 우리의 손을 잡고 학교 구석구석을 누빕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학교가 어떤 곳인지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어른들에게는 아이가 학교에 가고, 학교를 다니고, 학교와 작별인사를 나누기까지의 모든 시간들을 함께 하며 다시 학교를 만나는 시간을 보내게 해주지요.

그리고 아마 어른들은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을 인생으로 확장해서 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요.

살아가는 일이 배움의 연속이고 우리는 모두 삶의 학생들이기에 제게는 '나와 학교'라는 제목이 '나와 인생'처럼 보이기도 했답니다.

'학교'와 '인생'이 나를 어떻게 품고 기르는지, '나'는 어떻게 배우고 살아가는지를 발견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저 책 속으로 폴짝 뛰어 들어오시면 돼요.

표지의 아이인 나처럼 말이지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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