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 싫어요 킨더랜드 픽처북스
박정섭 지음 / 킨더랜드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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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엄마가 되고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안 돼!"인데요.

동시에 아이한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싫어!"예요.

오늘도 아이와 "안 돼!"와 "싫어!"를 주고 받는 저희 집에 도착한 그림책 <싫어요 싫어요>

자, 그럼 지금부터 도대체 뭐가 그렇게 싫은지 그 속마음을 좀 들여다 볼까요?



하루의 시작 아침을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나요?

그림책 <싫어요 싫어요>의 주인공 아이의 아침은 이렇습니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라는 엄마 잔소리가 귀에 따갑게 앉네요.

그렇게 아이는 '싫다'는 감정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아침 밥상에 앉은 아이에게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다는 엄마의 말 한 마디.

엄마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잔소리처럼 들리면 나도 모르게 '싫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싶네요.

그리고 줄줄이 이어지는 소시지 같은 '싫어요'의 행진은 계속 되는데요.



계속해서 '싫다'는 아이의 대답을 듣고 있자니 이쯤되면 어른들이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일찍 일어나기, 골고루 먹기, 이 닦기, 공부하기 등등 부당하거나 잘못된 것은 없지요.

다만 아직 자유로운 아이의 세상에서 규칙과 질서가 존재하는 어른의 세계로 건너와야 하는 아이의 입장에서는 버겁고 혼란스러운 게 아닐까 싶은데요.



어쨌든 계속되는 아이의 '싫어요'는 간절한 SOS가 되어 저 멀리 600만 광년 떨어진 마리다 별에 도착합니다.

(아이와 바로 지척에 있는 어른들의 마음은 600만 광년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걸까요? ㅠ,.ㅠ)

그리고 시작부터 끝까지 싫다는 소리만 실컷 듣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슬슬 되기 시작하는 순간 등장해 주는 외계인.

사실 아이는 지구에 잘못 태어난 외계인이며 지구에서 이대로 살다가는 결국 (엄마 아빠 말대로만 움직이는) 로봇이 될 거라는 비밀을 알려주지요.



이제 외계인의 유혹이 시작됩니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마리다 별에 함께 가자는 이야기에 아이는 솔깃해 하는데요.

과연 아이는 외계인을 따라 마리다 별에 가서 더이상 "싫어요"라고 말하는 대신 "좋아요"라고 말하게 될까요?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입버릇 같이 내뱉던 "싫어요"에 진심을 담아 "싫어요"라고 말하게 될까요?



그림책 <싫어요 싫어요>를 보고 있자니 아이의 싫은 감정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다가와서 싫다는 말이 싫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싫다'는 감정이 부정적인 감정이라 낙인 찍고 듣기 싫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라 생각하며 살았는데요.

그렇게 살다 보니 '싫어요'라고 솔직하게 말 못하는 솔직하지 못한 어른이 되어 버렸거든요.

'싫다'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자꾸 거부하는 것은 그 감정의 주체인 아이 자체를 거부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하게 되더군요.

아이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인정해 주면서 강요와 명령이 아닌 부탁과 자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문장을 아이에게 건네는 노력을 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요.

어른들의 잔소리처럼 들리는 말들이 아이들도 자기들에게 필요한 일임을 잘 알고 있다는 걸 그림책 <싫어요 싫어요>에서 확인했으니까요.

그림책을 볼 때마다 내 안에 아이의 마음을 환기시켜 주고, 어른이 그냥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매번 깨닫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책 <싫어요 싫어요>는 정말이지 "좋아요, 좋아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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