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먹어요
고정순 지음 / 웃는돌고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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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고, 몸을 움직이고,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들.

적어도 두 번 내지는 세 번의 식사를 매일같이 하며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갑니다.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이 과연 존재할까요?

어쩌면 살아가는 일의 가장 근원은 먹는다라는 동사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먹어요>라는 제목에 시선이 한참을 머무르는 게 아닌가 싶네요.



오늘도 어김없이 모두가 식탁 앞에 앉았을 것입니다.

종교가 있다면 식탁 위에 오른 음식들을 먹기 전 감사의 기도를 올리겠지요.

아이들은 "잘 먹겠습니다!"라고 외치며 좋아하는 반찬부터 찾을 테지요.

이렇게 모두가 먹어야 하는 음식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다 다른 것 같지만 한 가지 같은 점을 찾을 수 있는데요.

바로 한때 생명이었던 것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다른 생명의 목숨으로 숨 쉬는 동안 모든 생명이 살아가는 것이지요.



그러하기에 무엇을 먹는지가 중요해지는 것이지요.

'먹는다'는 것은 '살아간다'이면서 동시에 어떤 생명이 '죽는다'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피흘림 없이 나와 다른 생명을 동시에 소중히 여기며 지키려 노력하는 이들이 존재하는데요.

존중과 감사가 가득한 그들의 식탁이 얼마나 풍성하고 향기로울까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한 톨의 씨앗이, 한 방울의 물이, 산과 들 그리고 바다에서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보면서 나눔과 수고, 그리고 감사를 떠올려 봅니다.

생명을 내어주고, 수고를 아끼지 않고, 정성을 담은 상차림이기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언어로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 기도를 올리지요.

그것은 마치 한 생명의 호흡이 다른 생명의 호흡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을 노래하는 것 같아 보이네요.



그림책을 보면서 한 생명이 다른 생명에 닿기까지 수많은 생명을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이어지고 계속해서 연결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생명의 지속은 다른 생명의 나눔이 있기에 가능한 일임을, 내가 먹는 것은 단순히 음식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새롭게 마주하게 되는데요.

우리가 먹는 것이 생명, 수고, 정성과 사랑임을 보여 주는 그림책 <우리는 먹어요>

이제 상 앞에 앉는 일이, 그저 당연하고 익숙하기만 했던 먹는다는 일이 특별하고 신비로운 생명의 비밀을 발견하는 시간처럼 느껴지네요.

이 그림책을 통해 먹고, 살고, 죽는 그 모든 일의 한 가운데에 생명이 놓여 있음을 만나고 감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 좋겠어요.

이제 <우리는 먹어요>라는 제목이 <우리는 나눠요>로 보이는군요.

오늘도 모든 생명에게 나눔의 기쁨이 충만한 식사를 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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