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요 산하그림책
무로이 시게루 지음, 하세가와 요시후미 그림, 장지현 옮김 / 산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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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요'라고 초록색 크레파스로 쓴 제목이 마음을 살짝 설레게 만드는 그림책 <보고 싶어요>

노을이 지는 저녁, 아이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꽃을 들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데요.

그 뒷모습이 씩씩해 보이다가도 쓸쓸해 보여서 같이 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이를 따라 가면 보고 싶은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요?



케이라는 아이의 그림일기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해바라기 요양원에 계시는 할머니에게 줄 빨간색 카네이션 한 송이를 샀더니 꽃집 아주머니가 덤으로 분홍색 카네이션 한 송이를 더 주셨다는 이야기.

하지만 다음 장부터는 할머니 병문안을 할 수 없게 되는데, 아무도 그 이유를, 할머니의 상태를 알려주지 않아 답답해하지요.

아이의 안 좋은 느낌과 쿵쿵쿵 뛰는 심장의 박동수가 그림책 이쪽으로도 전해져 옵니다.

어떻게든 보고 싶은 할머니를 만나려는 케이의 이런저런 노력들이 그저 애틋하기만 해요.



아무도 도와주지 않지만 그저 보고 싶은 할머니를 보겠다는 간절한 마음 하나로 매일같이 요양원에 가는 케이.

다행히 간신히 할머니를 만날 수 있게 되는데요.

할머니는 3층 방에서 창문을 열고, 케이는 건물 아래에서 서로를 바라 보지요.

그런데 할머니는 케이에게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을 떨어뜨립니다.

그것은 바로 '실전화'

실 끝을 팽팽히 당겨 부지런히 컵을 입과 귀로 오가게 하면서 두 사람은 그동안 그리웠던 마음, 보고팠던 진심을 전해요.

케이는 할머니의 실전화를 통해 편리하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너무나 급하게 쫓기며 살아가는 요즘과 다르게 불편하지만 느리게 진심을 차곡차곡 쌓으며 살아가던 옛날 이야기를 듣습니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 같은 수십 번의 만남보다 한 번을 만나도 기억에 남고 홀로 있을 때도 마음을 꽉 채워주는 그런 만남.

이 그림책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온기 가득한 그 마음이, 간절한 그리움과 애틋한 사랑이 특별할 것 없는 '실전화'를 매개로 서로에게 닿게 해줍니다.

만날 수 없어도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강해지면 마음 속에 반짝반짝 생겨나는 그리움이 보이지 않지만 서로를 이어주기에 함께 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음을 알려주는 할머니의 다정한 목소리와 숨소리, 그리고 그 따스한 떨림까지 전해주고 있어요.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귀여운 일기와 할머니와의 아름답고 따뜻한 대화가 사랑스럽고 포근하게 담겨 있는 보고 싶은 사람과 함께 보고 싶은 그림책 <보고 싶어요>

이 그림책은 케이와 할머니가 우리에게 보내는 '실전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반짝반짝 신호를 보내는 이 실전화가 당신에게도 닿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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