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여행 웅진 당신의 그림책 4
안느-마르고 램스타인 외 지음, 이경혜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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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손가락에 끼워진 진주 반지가 신비로운 빛을 띄고 있어 눈길이 멎습니다.

그림책 <진주의 여행> 속 이 진주는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하는 걸까요?

아니면 드디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것일까요?

진주를 따라 펼쳐질 이 여행이 저를 무척 설레게 만드네요.



바닷속 열어줄 것 같지 않은 조개의 입을 열고 찾아낸 진주 한 알.

소년은 가장 소중한 이에게 정성껏 만든 진주 반지를 선물합니다.

한밤중, 이 소중한 진주 반지의 진주를 까치가 몰래 물고 가버려요.

그리고 다시 고양이가 까치 둥지에 있는 진주를 꺼내 가지고 노는 것을 선원이 보고 보석상에 팔아 버리는데요.

사실 이 진주의 가치는 엄청난 것이었나 봅니다.

여왕님의 왕관을 장식하는 보석으로 당당히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네요.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는 여왕의 대관식.

수많은 사람들이 진주를 보게 되고요.

시간은 흘러흘러 박물관에 잠들어 있는 여왕의 왕관을 도둑이 훔치다 떨어뜨리고 맙니다.

진주는 하수로를 따라 흘러 우여곡절 끝에 다시 소년을 만나게 되는데요.

처음 진주를 발견했던 그 소년을, 아니 더이상 소년이 아닌 그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여행은 정말 스펙터클하고도 놀라운 우연들이 계속되지요.

진주의 여행이 그저 우연의 연속으로 일어나는 그런 여행인 줄만 알았는데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니 이 모든 우연들이 다시 처음 만났던 그 인연을 찾아 돌아오기 위한 필연처럼 보였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운명이 이 여행의 안과 밖에서 내내 서로와 서로를 이어주고 연결하고 만나게 해주는 것만 같더군요.


<진주의 여행>은 그림책답게 시각적으로 강한 흡인력을 마음껏 펼쳐보이는데요.

클로즈업된 장면과 원거리에서 모든 상황이 보이는 장면이 서로 교차되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이야기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기분이 들게 하지요.

이런 흥미진진한 방식 덕분에 그림에서 그리고 이야기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고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우연으로 이어진 필연 같은 인연을 그리고 운명을 떠올리게 하는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은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의 진한 여운을 남기는 듯 하지만 더불어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생의 대서사시가 주는 뭉클한 울림을 그 밑바닥에 잘 깔아놓고 있어요.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들이 변한 것 같지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진주.

진주의 그 변함없는 단단한 아름다움은 소년이 진주에 담았던 진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고, 불변의 진리가 갖는 가치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진주를 따라 펼쳐지는 이 길고도 짧은 여행에서 여러분은 어떤 발견을 할지 무척 궁금하네요.

이 여행의 시작이자 끝인 진주의 마음이 부디 우리 각자의 안에서 발견되기를 바라봅니다.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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