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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옥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10
이명환 지음 / 한솔수북 / 2022년 4월
평점 :

분홍 벚꽃이 흐드러진 나무 아래에 서로 마주보고 선 두 사람.
엄마와 딸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두 사람은 어떤 사이일까요?
<경옥>이란 이름은 두 사람 중 누구의 이름일까요?
이름의 주인공을 찾으러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최.경.옥.
'서울의 보석'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좋아하던 충청도 산골의 팔 남매 중 일곱째 딸은 꽃 같은 열아홉에 꿈을 안고 서울에 갑니다.
미싱 공장에서 고된 일을 하면서도 꿈을 위해 꿈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데요.
미장이 일을 하는 성실한 남자를 만나 이내 결혼을 하지요.

다소 경직된 모습의 한 살 어린 신랑과 달리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신부 경옥의 결혼사진을 보고 있자니 저의 결혼식이 떠오르네요.
경옥이와 저는 엄마와 딸 정도의 시간 차를 두고 결혼을 했지만 결혼하는 날의 풍경은 참으로 많이 닮아 있군요.
분명 이날의 경옥이는 저처럼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꿨을 테지요.
새댁 경옥이는 서울 끝동네 단칸방에서 살림을 시작하고 아들도 둘 낳았습니다.
경옥이의 삶은 잘 풀릴 때도 먹구름이 드리울 때도 있었어요.
살기 위해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가자는 과감한 결단을 내릴 줄도 아는 정말 단단한 사람.
그리고 그곳에서 늘 마음에 품고 있던 꿈,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쉼터를 만들고 싶다는 꿈도 이룹니다.
하지만 삶은 녹록치 않고 경옥은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했지요.
그런 와중에 약한 몸에 찾아온 병 탓에 하늘나라로 가게 됩니다.
늘 마음에 걸리던 엄마 껌딱지 둘째 아들에게 엄마는 괜찮다고 하늘에서 색시꽃에 물을 주고 있겠다면서요.

참 신기하지요.
사랑하는 아이들 앞에서 엄마는 늘 괜찮습니다.
그리고 앞에 놓인 삶이 어떤 것이든지간에 경옥이는 꽈악 끌어안고 정말 열심히 살아냈기에 망설임 없이 아들에게 괜찮다고 말할 수 있었겠지요.
그 삶이 품고 있는 꿈을 놓치지 않고 산 한 사람의 인생이 이토록 마음을 두드리고 적시기에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경옥'이라는 엄마의 이름은 정말로 서울의 보석이었고, 아이라는 한 우주의 보석이기도 했음을 저는 발견했는데요.
아들의 기억 속에서 엄마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지만 단 한 순간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았던 꿈 꾸는 경옥으로 빛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 이야기가 그저 한 개인의 추억이나 누군가의 어머니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 것은 여자이고, 엄마이며 동시에 꿈을 꾸는 모두의 이야기이기에 어쩌면 이 그림책의 제목은 내 엄마의 이름이고, 내 이름이겠다 싶습니다.
이 땅의 수많은 경옥이들과 함께 보고 싶은 그림책 <경옥>
아직도 소녀 같이 웃는 나의 두 어머니와 해맑게 웃는 딸아이와 함께 꼭 다시 봐야겠다 마음 먹어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