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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씨, 드디어 오늘 밤입니다 ㅣ 바람그림책 127
구도 노리코 지음, 유지은 옮김 / 천개의바람 / 2022년 6월
평점 :

누군가 잠자리에 든 모양입니다.
벽에 걸린 매미 그림과 읽고 있는 책 '매미의 모험'으로 유추해 보건데 이건 분명 매미가 맞겠죠.
제목도 심상치가 않군요.
<매미 씨, 드디어 오늘 밤입니다>라니요.
도대체 오늘 밤 매미 씨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침대와 한 몸인 것 같은 매미 씨를 보니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이곳에서 머물렀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침대 주변에 널린 온갖 종류의 물건들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고 떠올리게 만듭니다.
재미있어 보이는 놀잇감들과 성장의 과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점점 커져가는 매미수트, 디데이를 기다리며 시간의 흐름을 세었을 달력과 시계, 뜨거운 여름 목놓아 부를 노래를 연습했을 악보와 음향기기를 보면 말이지요.
이 한 장의 그림에서 수없이 홀로 쌓은 이야기와 오랜 기다림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뭉클하기도 하고 찾아보는 재미에 이 한 장의 그림에 눈길이 참 오래 머무르게 되더군요.
길고도 길었던 적막을 깨고 전화벨이 울립니다.
"따르릉 따르릉"
바로 오랜 기다림의 아이콘 매미 씨가 침대에 누워 아주 오랜만에 걸려온 그리고 그토록 기다리던 전화를 받게 되는군요.

이 전화를 시작으로 숲 속 곤충들의 전화들이 릴레이를 시작합니다.
힘센 씨름왕 장수풍뎅이에서 부지런한 꿀벌, 여름날의 음악가 방울벌레 그리고 여름밤을 빛으로 수놓는 반딧불이에게로 어떤 반가운 소식이 전달되는데요.
모두가 갑자기 바빠지는군요.
오늘 밤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 걸까요?
밤이 올 때까지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준비하는 곤충 친구들의 몸짓이 분주하면서 힘차네요.
마치 여름을 닮은 생명력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번쩍하고 바깥 세상을 보기 위해 반짝이는 까만 눈을 뜬 매미.
매미는 오랫동안 머물렀던 집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요.
깊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영차영차 힘을 내어 올라가는군요.
생애 처음으로 맞이하는 은은한 달빛의 축복을 받으며 마지막 옷을 벗습니다.
그리고 빛나는 생애 첫 비행을 하는 매미는 그저 살아 있음을 만끽하며 행복해하지요.
이제 본격적으로 매미 씨를 환영하는 곤충 친구들이 준비한 아름다운 여름밤의 축제가 시작되는데요.
짧다면 짧은 여름이라는 단 한 계절만을 오롯이 만끽하는 매미.
그 긴 기다림을 위한 짜릿한 보상 같은 이 여름을 말입니다.
힘찬 매미의 날갯짓과 살아 있음을 노래하는 매미의 울음이 참으로 기특하고 아름답네요.
매미를 환대하는 친구들의 정성스런 마음도, 매미의 긴 기다림 뒤의 짧은 생을 즐기는 그 태도도 무척이나 인상적인 그림책이었는데요.
구도 노리코 작가님다운 디테일의 힘이 반짝거리는 그림책 <매미 씨, 드디어 오늘 밤입니다>
여름과 매미를 기다리는 우리 모두에게 생의 반짝거림을 상기시켜주는 참 멋진 그림책이네요.
전 이제부터 여름하면 매미 씨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여러분, 드디어 매미를 만날 수 있는 여름입니다.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