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 작은 뜰을 거니는
프레드 베르나르 지음, 배유선 옮김 / 콤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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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하는 일조차 쉽지 않은 시대에 나만의 정원이라니 참 사치스러운 꿈을 꾸는 게 아닌가 싶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갖지 못하는 정원 대신 누군가의 정원을 엿보는 일은 그런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에 좋은 약 같은데요.

여기 프랑스 북쪽 부르고뉴에 위치한 작은 땅에서 작가가 일구고 관찰한 2018년 2월부터 약 1년이 넘는 시간을 글과 그림으로 담은 책이 있네요.

그 관찰기를 통해 아직 못다 이룬 꿈을 미리 맛볼까 합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작은 뜰을 거니는 정원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의 꿈꾸는 작은 정원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처음부터 출간을 기획한 것이 아니라 작가가 일기 형식으로 작성해 보는 이도 격식차릴 필요 없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다가갈 수 있는데요.

작가가 펜과 수채물감을 사용해 그려놓은 그림과 손글씨가 주는 자연스러움이 정말 자연스러운 것은 우리가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 자연이기 때문인 것 같군요. ^^

중간중간에 검은색으로만 그려진 스케치 같은 선화와 풍부하고 풍성한 색으로 채워진 수채화가 교차되는 부분은 서로 대조되면서 숨고르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또 식물의 이름과 정보는 물론이고 관련된 설화, 신화 그리고 자연과 정원을 사랑한 다른 작가들의 소개와 그들의 작품이나 말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지요.



작은 뜰이라는 공간에 찾아오고 머물고 떠나고 생을 마치기도 하는 식물과 동물 그리고 곤충들까지 다채로운 생명들과의 만남에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나도 잘 아는 친숙한 얼굴을 만날 때는 반가움에 처음 만나는 얼굴과는 첫인사를 나누며 한 장 한 장 정원의 시간을 따라가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고요.

그저 관찰한 것을 그려놓은 그림만 있는 게 아니라 작가님이 그림에 덧붙여 놓은 재미있는 이들의 대화에 미소를 짓게 되기도 하지요.

작은 뜰이라고는 하지만 시간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내는 자연의 놀랍고도 아름다운 생명력과 그 경이롭고 신비로운 변화를 모두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축복처럼 느껴지더군요.



저는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생각났는데요.

'작은 뜰'이라는 우주를 여행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자연스럽게 연결고리가 지어지는 제목이구나 싶더군요.

아직 나만의 뜰은 없지만 책 속 정원을 저자의 눈길과 손길 그리고 발길을 따라 걸으며 마음껏 여행을 했기에 책장에 작은 뜰을 하나 마련한 기분이 듭니다.

사계절의 다채롭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이 기쁨을 모두와 나누고 싶어지네요.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작은 뜰로의 여행.

다정하고 친절하면서도 유쾌한 안내 기대하셔도 좋답니다.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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