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 숲 Dear 그림책
조원희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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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룩불룩한 근육을 뽐내고 있는 아저씨의 팔뚝 위에 앉은 새들.

전혀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처럼 아니 도리어 앉기 좋은 가지처럼 생각하는 것만 같아 궁금한 마음이 듭니다.

사실 전 만든 몸에 대해 그 노력은 대단하다 생각하지만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에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는데요.

어쩌면 이 근육 아저씨의 근육은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림책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숲> 표지에 아직 등장하지 않은 뚱보 아줌마도 빨리 만나보고 싶네요.



숲에 사는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크고 무섭게 생긴 외모와는 다른 반전 매력을 가진 두 사람.

우락부락 근육 아저씨의 취미는 새들 무등 태워주기와 다친 새 치료와 재활입니다.



숲이라는 공간에서 이런 외모를 가진 인간을 떠올리면 사냥꾼의 이미지가 연상되는데요.

먹이사슬의 최상위자나 파괴자가 아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이웃으로 존재하는 인간이라니 겉만 보고 살짝 거리감을 뒀던 게 후회되는군요.

이제는 아저씨의 근육이 자랑을 위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완충대나 치료와 회복을 위한 선의 가득한 따뜻하고 포근한 침대처럼 보입니다.



자, 이번엔 뚱보 아줌마를 만나볼까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몸집.

그 느릿느릿하고 둔탁한 움직임에서 답답함과 짜증을 느끼거나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자연스러움과 푸근한 느낌을 받습니다.

역시나 너무 작아 잘 보이지도 않는 숲 속의 작은 존재들의 움직임을 포착한 세심함과 방해하지 않으려는 배려가 빚어낸 아름답고 다정하면서도 사려깊고 따스한 몸짓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온통 모든 신경과 마음을 작은 것들에게 쏟아부었으니 어찌 잠이 찾아오지 않을 수 있을까요?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편안한 호흡으로 달고 깊은 잠을 맛보는 아줌마입니다.

한편 자연 속 숲의 생명들은 받은 호의와 친절을 절대 그냥 내버려두지 않네요.

서로를 생각함이 어떻게 선순환하는지를 보고 있자니 이것이 자연이구나 싶고, 그 마음이 어찌나 애틋하던지요.

그렇게 자연 속에서 자연의 호흡과 하나가 되어 오르락 내리락하는 아줌마의 숨결에 어느새 긴장이 풀리고 눈이 스르르 감기는 기분입니다.

빠르고 자극적이고 시끄러운 일상을 잠시 벗어나 진짜 쉬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요.

포근한 아저씨의 근육과 부드러운 아줌마의 살결에 기대어 함께 여유와 자유를 만끽하며 쉬고 싶어집니다.



사이좋게 나란히 손을 잡고 숲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는 제 마음은 그저 편안하고 평화로울 수 밖에 없는데요.

태초의 아담과 이브같기도 하고, 신화 속 남신과 여신처럼 보이다가도 그저 자연 속에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어떤 원형으로의 존재들처럼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이대로 저 숲으로, 저 평화 속으로, 저 평안 속으로 걸어들어가 안기고 싶어졌지요.

하나 더 저를 끌어당기는 것은 이 둘을 따라 들어간 곳에서 호수를 만나고, 그 호수라는 공간에 꿈처럼 고여있는 두번째 이야기였습니다.

저처럼 자신도 모르게 이 두사람의 뒤를 따라 천천히 숲으로 들어오고 있는 누군가를 만나면 제가 먼저 손을 내밀고 싶네요.

이곳에서는 아무 말 없이 그래도 괜찮을 테고, 충분할 테니까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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