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랬어
야엘 프랑켈 지음, 문주선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집에서 현장학습을 간다고 하면 엄마인 저는 마음이 분주해집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고 준비하느라 말이지요.

정작 아이는 그저 설렘으로 마음이 한가득입니다.

여기 캠핑을 떠나는 아이와 아이의 캠핑 준비를 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있는데요.

그림책 <엄마가 그랬어>도 우리들의 이야기와 닮았을까요?



"캠프를 가는 건 나지만 뭘 가져갈지 정하는 건 엄마예요."

이 한 문장을 만나자마자 엄마인 저는 머리가 번쩍하는 기분이었어요.

아이를 위한 걱정에 모든 일의 주도권을 엄마라는 이유로 내가 가져갔던 건 아닌가 하고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아이는 그냥저냥 엄마가 챙겨준 것들을 가지고 캠핑을 떠납니다.



엄마는 꼼꼼하게 이것까지 싶은 것도 챙기게 하고 아이는 대충 대답하며 그래도 결국 다 챙겨가긴 하는데요.

어째서인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이 아닌 아이만의 방식으로 그 물건들을 사용합니다.

그렇게 글과 그림을 가만 보고 있자니 서로 엇박자를 타는데 슬그머니 웃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해요.

그리고 거기서 생기는 어긋남이 이 그림책의 묘미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지요.

엄마 입장에서는 엄마의 걱정이 느슨해지고 미소가 지어지는 여유가 생기는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하는 것만 같고,

아이 입장에서는 비록 엄마가 챙겨준 것들이지만 그것을 자신만의 놀이와 즐거움으로 치환하는 자유로운 기쁨이 바로 그것이고요.



아이는 캠핑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크기, 모습, 식성, 성격에 이르기까지 참 달라도 너무 다른 친구들을 아이는 각각 다르게 접근하지요.

햇빛을 가리라고 엄마가 챙겨준 모자는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새들에게 양보하고, 장마철이라고 엄마가 넣게 한 우산은 원숭이의 배가 되고, 길 잃지 말라고 챙긴 지도는 종이비행기가 되어 호랑이의 놀잇감이 되는 식으로요.

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유형의 친구들에 맞춰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른인 나보다 낫다 싶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의 방식이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는 어른들의 친구 사귀기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까지 드네요.



가져갈 것은 엄마가 정했지만 가져온 것을 마음껏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용하는 아이의 상상력과 대응력이 장면마다 반짝여서 문득 코끝이 찡해지더군요.

이렇게 성장해 가는 아이의 모습이 예쁘고 귀해서 말이지요.

캠핑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오는 과정이 엄마와 아이의 협동 작업 같기도 했지만 여러 모로 봤을 때 아이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그럼에도 마지막에 도달한 엄마와 아이, 두 사람의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그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는 그림책으로 꼭 확인해 보세요. ^^



어쩌면 처음에 저처럼 덜컥 마음이 내려앉았을 엄마들에게 마지막까지 위로를 건네는 마음 씀씀이에 또 한번 울컥하게 되는데요.

캠핑을 끝내고 돌아와 한 뼘 더 성장한 아이가 엄마를 안아주는 기분이 드는 것은 저만 그런 거 아니겠지요. ^^

나의 엄마도 그랬고, 나도 그렇게 하고 있고, 아마도 내 아이도 그럴 이야기, 그림책 <엄마가 그랬어>

누가 그러더라고요.

하나 하나 모두 다 다른 우리 모두가 보며 유쾌하고 즐겁게 서로를 향해 빙긋 미소를 주고 받게 해줄 그런 그림책을 만났다고요.

맞아요, 바로 엄마가 그랬어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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