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뿌려요, 조금씩, 더 많이 키다리 그림책 66
로라 에동 지음 / 키다리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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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핀 민들레 홀씨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이들.

오늘도 어김없이 볼을 한껏 부풀려 따스한 입바람을 붑니다.

세상 예쁜 꽃들이 참 많지만 민들레만큼 우리에게 가깝고 친숙한 꽃이 또 있을까요?

그 민들레 이야기가 담긴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라 그럴까요?

그림책 <사랑을 뿌려요, 조금씩, 더 많이>도 그래서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




앞면지를 펴자 찻길 옆 인도에 텅 빈 벤치 하나가 놓여 있고, 왠지 쓸쓸해 보이는 고양이 한 마리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네요.

삭막한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인지라 익숙하군요.

그런데 정말 여기에 아무 것도 없는 걸까요?




한겨울 땅 위의 추위를 피해 따스한 땅 속에서 긴 잠에 빠진 친구들이 보이네요.

그 친구들 사이에 민들레 요정과 함께 잠이 든 작은 민들레 씨앗.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요? ^^




봄소식을 알리는 봄비에 달디 단 꿀잠을 자던 민들레 요정이 깨어납니다.

민들레 씨앗도 쑤욱쑤욱 뿌리를 내리고 땅 위로 푸릇푸릇 새싹을 틔우는군요.

봄비를 듬뿍 마시면서 무럭무럭 자라네요.




민들레는 잎사귀를 내고, 꽃망울을 틔우고, 노랗고 복실복실한 꽃을 피워냅니다.

세상 밖으로 나온 민들레 요정도 아주 바쁘군요.

민들레를 돌보며 틈틈이 주변을 지나가는 곤충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즐겁게 노느라 말이지요.




민들레 요정은 나비와 꿀벌을 초대해 꿀차와 꽃가루 쿠키를 대접하기도 하지요.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복실복실했던 민들레 꽃은 하얗고 보송보송한 민들레 홀씨로 변해요.

바람이 불어오자 홀씨들이 바람에 올라타네요.




민들레 요정은 홀씨를 타고 새로운 곳으로 날아갑니다.

날아가는 동안에도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는 다른 씨앗 친구들과 새들을 만날 수 있어 외롭지 않겠네요.

솜털 보송보송한 민들레 홀씨들은 그렇게 바람의 등에 업혀 어디까지 날아가는 걸까요?

정말 우리들이 상상하지 못한 곳에까지 민들레 홀씨는 내려 앉는답니다.




앞면지에서 봤던 텅 빈 길가와 벤치가 기억나나요?

어디에선가 날아온 씨앗들이 이렇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아름다운 곳으로 새로 태어났네요.

아무것도 없다 생각했는데 이곳에 민들레 씨앗이 찾아왔네요.

아주 적은 양의 흙만 있어도 뿌리를 내리고 노오란 얼굴을 내미는 민들레.

그 민들레의 한살이를 따라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림책이네요.

<사랑을 뿌려요, 조금씩, 더 많이>는 글 없는 그림책으로 그림에 온전히 집중해 민들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림책을 보는 모두의 마음에도 씨앗이 하나 뿌려졌겠다 싶습니다. ^^




텅빈 자리에, 어쩌면 쓰레기가 쌓인 그곳에, 싹을 틔울 수 없다고 생각되는 불가능의 장소에 민들레 씨앗과 민들레 요정은 찾아가는데요.

이 그림책의 제목처럼 민들레라는 사랑을 그런 곳에 뿌리기 위해서요.

너무나 흔하게 보이는 민들레라 그냥 잡초에 불과하다 생각했다가 정말 저런 곳에 어떻게 뿌리를 내렸지 싶어 그날 본 노오란 민들레가 어찌나 꿋꿋하고 강해 보이던지 그 장면이 제 머릿속에 한참 머물렀던 날이 떠올랐어요.

척박한 곳에서 뜨거운 햇살도, 부족한 물도, 사람들의 무관심도 견뎌내고 피워낸 그 꽃이 아주 오래도록 제 마음에 피어났는데요.

그 후로 민들레를 보면 꼭 그 노란 얼굴을 들여다 보게 되더라구요.

아이들은 누구나 민들레 홀씨를 반가워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 하얗고 보송보송한 얼굴이 참 아이들을 닮았다 싶네요.

다가올 어린이날을 떠올리며 이 세상이 민들레를 닮은 아이들이 더 많이 꽃을 피울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민들레 홀씨라는 꿈이, 사랑이, 친절이, 다정함이 조금씩, 더 많이, 곳곳에 뿌려지고 피어나길요.

그렇게 세상이 좀 더 아름답고 사랑이 가득한 곳이 되기를 꿈꾸게 해주는 그림책 <사랑을 뿌려요, 조금씩, 더 많이>가 여러분 마음에도 뿌리내리길 바랍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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