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양
다비드 칼리 지음, 모니카 바렌고 그림, 정원정 외 옮김 / 오후의소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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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람들은 사랑을 말하고,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자랑하고, 감추고, 주고, 받고, 죽고, 죽이고, 살리고 사랑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사람에게 붙는 모든 동사와 형용사가 사랑에게도 동일하게 사용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그 중 가장 어울리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무엇보다 사람은 사랑을 사랑합니다.

여기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이야기가 있는데요.

이 여자의 사랑은 어떤 모양이길래 <사랑의 모양>이라는 제목과 함께 있는 걸까요?



사랑은 늘 그렇듯이 예고없이 불쑥 찾아옵니다.

여자는 정원에서 아무도 몰래 피어난 희고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발견하고 이내 사랑에 빠지는데요.

모든 감정의 시작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그 형태가 모호하지요.

그래서 이런 저런 노력들을 온전히 그 꽃을 위해 쏟는 나날을 보냅니다.



날마다 새로운 꽃을 피워 달콤한 향기를 뿜어내는 하얀 꽃은 여자의 기쁨과 행복이었어요.

하지만 그 기쁨과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지요.

남아 있는 꽃이라도 붙잡아 보려는 여자의 노력은 그 수명이 정해져 있었고요.

이제 여자에게 남은 것은 미련과 슬픔, 고통과 죄책감들이었습니다.

여자는 어떤 목소리를 듣고, 춥고 긴 겨울밤을 질문의 실로 묶었다 풀었다 하면서 지내는데요.

과연 그 목소리가 들려준 이야기는 무엇이고, 다시 찾아온 봄에 여자는 어떤 답을 찾았을까요?



그저 불투명하고 모호했던 처음의 모양이 신기하게도 마지막이 되면 확실해질 때가 있기도 하고요.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요.

그럼에도 단 한 가지 사실은 아주 확실하답니다.

바로 사랑이 있다는 것, 사랑이 여기 존재했다는 사실 말이지요.

여자의 정원에 머물던 하얀 꽃의 향기는 아주 오래도록 어떤 모양을 빚으며 기억되고 기억될 거예요.



그림책 <사랑의 모양>을 보며 사랑의 모양을 생각하다가 보니 어느새 사랑의 색과 향기, 맛과 질감, 성품과 목소리, 방향과 침묵, 무게와 움직임 그렇게 모든 것들이 한번에 다가왔다가 다시 멀어지기를 반복하는 기분이 드는군요.

그리고 그렇게 사랑이 모이고 모여서 사랑의 모양을 만들어 가는 것 같네요.

사랑은 무한대로 확장하는 영혼이고, 공기같이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어 있지 않는 존재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럼에도 사랑이 바로 여기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지요.

이 곳에 사랑이 있음을 감사하며 사랑하는 이들에게 지금 막 빚은 내 사랑의 모양을 건네봅니다.

당신이 빚고 있는 사랑은 어떤 모양일까요? ^^

그저 지금 당신이 있는 그곳에 사랑이 있기를 바랍니다.

+ 모니카 바렌고 작가님의 그림이 마음에 드셨다면 쌍둥이 책인 <구름의 모양>도 함께 보시기를 권합니다.

우리 안의 다양한 감정들을 단정하고 차분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저는 무척 좋아하거든요. 게다가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낙엽 냄새, 커피나 차의 향, 오래된 종이 냄새 같은 제가 좋아하는 냄새들이 나는 것 같아 한 장 한 장 오래 머무르게 된답니다. 그런 특별함을 느껴보시길 바라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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