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었던 용기
휘리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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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봄맞이 대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작은 상자 안의 부치지 못한 편지 한 통.

잊고 있던 감정이, 서랍에 넣어 둔 채 시간의 먼지를 뒤집어 쓴 기억이 불쑥 찾아오게 만든 그림책 한 권.

<잊었던 용기>에서 유년의 편린 한 자락을 길고 긴 숨바꼭질 끝에 찾아내었습니다.



길고 긴 겨울방학.

우리는 그 긴 시간 동안 서로의 부재를 견뎌야 합니다.

겨울방학 동안 차고 흰 눈과 겨울의 추위보다 켜켜이 쌓여갈 시간을 참아야 했지요.



그렇게 겨울방학은 기다림으로 채워지는 시간이었어요.

겨울의 추위와 하얀 눈이 차곡차곡 쌓이듯 그리움도 고여갑니다.

하지만 다시 만난 우리 사이에는 기나긴 시간의 틈이 자리 잡고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네도 들릴까 머뭇거리게 만드는 공백이 존재했지요.



망설이다 지나쳐 버린 우리의 안녕은 봄이 왔어도 틔우지 못한 꽃망울이 된 채 꼼짝을 못합니다.

어색한 공기가 설레는 기다림과 보고팠던 그리움을 가리고 우리는 그걸 핑계로 서로 보이지 않는 척 눈길을 피했어요.

어쩌면 기나긴 겨울방학이 아직 끝나지 않은 걸까요?



꽃들이 환한 얼굴을 내밀고 빛날 때까지도 계속 우리는 머뭇거리며 제자리에 머물지요.

서로 먼저 다가와 주기만 기다리면서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네요.

그러다 고이고 고이다 차고 넘치기 직전의 마음을 종이 위에 담아봅니다.




이번에도 기다려요.

하지만 친구의 답장을 기다리는 기다림은 이전과는 다른 기다림.

내가 내민 손을 친구는 잡아줄까요?



그렇게 우리들의 겨울방학은 진짜 끝을 맞이합니다.

용기를 붙잡고 우리는 감춘 마음을 꺼내고, 응답을 기다리고, 달라진 서로를 마주하지요.

방학의 끝에는 어느덧 한층 성장한 우리가 있네요.

잊었던 용기를 내서 한뼘 자란 용감한 나와 전해진 마음을 들여다보고 응답해준 한층 깊어진 눈의 너.

우리는 서로가 내민 손을 잡아 멀어졌던 거리를 당기고 조금 더 두텁고 단단한 사이가 되어 갑니다.



그림책 <잊었던 용기>에서 번져오는 미세한 떨림과 따스한 온기에 마음 한 켠이 환해지네요.

있었던 것들을 다시 떠오르게 하고, 잊었던 것들을 다시 건져올리는 시간이 담긴 한 통의 편지 같은 그림책 <잊었던 용기>

오늘 잊었던 나와 한때 함께였던 우리와 그날의 우리를 다시 떠올리는 나와 당신에게 건네는 작가님의 아름다운 그림책 편지 <잊었던 용기>

마음 속 우편함에 도착한 잊었던 용기 한 통, 모두가 그 작은 두드림에 응답하기를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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