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미세한 맛 플라수프 - 미세플라스틱 작지만 엄청난 3
김지형 지음, 조은수 글, 안윤주 감수 / 두마리토끼책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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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 프라모델을 만들어 본 적이 있거나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표지를 보는 순간 어떤 향수를 느끼거나 반가움이 먼저 들 것 같은데요.

잘 보면 플라스틱 뼈대에 연결되어 있는 것은 블럭, 빨대, 칫솔, 빨래집게, 볼펜, 머리핀, 리본입니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건이라는 점이죠.

두마리토끼책에서 만들고 있는 '작지만 엄청난' 시리즈의 세번째 주인공, 바로 이 미세플라스틱입니다.

그렇다면 그림책 < 프>는 설마 그 수프는 아니겠지 싶은 의문이 드는데요.

정말 그 수프가 이 수프면 어쩌나 싶지만 부디 아니길 바라면서 책을 열어 봅니다.



휙! 픽! 너무나 쉽게 버리는군요.

아... 망가진 장난감 때문에 우는 아이 달랜다고 새로 사면 된다고 했던 제 입을 혼내고 싶어집니다.

그래요.

아이도 어른도 모두가 쉽게 쓰고, 쉽게 버리고, 참 쉽게 쉽게 살고 있네요.

비가 내립니다.

모두 말끔히 쓸어담아 치우는 비를 따라 쓰레기들이 씻겨 내려가는군요.



온갖 쓰레기에서 흘러나온 미세미세한 플라스틱들이 빗물을 타고 흐르고 흘러 땅 속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지하수에 섞이고 하수도를 타고 흘러 흘러 바다에 이릅니다.

얼핏 보기에는 알록달록 참 예쁜 조각들이네 싶다가 문득 이것들이 다 어디로 가나 궁금해지는데요.




작은 물고기가 작디작은 플라스틱을 꿀꺽, 그 작은 물고기를 큰 물고기가 꾸울꺽!

큰 것이 작은 것을 삼킨 것 같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작디작은 플라스틱이 크나큰 바다를 꿀꺽, 꾸울꺽 삼킨 셈이지요.

자, 이제 이 물고기는 어디로 갈까요?



예상하셨겠지만, 우리 식탁에 오른 이 큰 물고기는 미세 플라스틱을 삼킨 바로 그 물고기.

결국 우리가 살기 위해 먹는 음식이 우리가 함부로 버린,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 미세 플라스틱 덩어리라는 사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면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던 사실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디작은 미세미세한 플라스틱이라 치부해버린 탓이 아닐까 싶어요.

자, 이 그림책은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우리 몸 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미세플라스틱.

핏속에도, 근육에도, 뼈에도 침투하는 미세플라스틱에게 우리도 꿀꺽!

어느새 우리는 플라스틱 인간이 되어버립니다.

재미있는 상상인 동시에 너무나 현실적인 이 상상이 갑자기 소름을 돋게 하네요.

미세플라스틱은 실제로 공기, 흙, 물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고 하니 지구가 미세플라스틱 덩어리가 되는 건 시간 문제가 아닐까 싶군요.



이제 블럭 장난감을 볼 때마다 플라스틱 블럭 인형이 된 나를 떠올릴 것 같은데요.

몸에 좋은 먹거리를 찾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버리고 있는 것을 살펴보는 일이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내가 버린 것이 곧 내가 먹을 것, 아이가 마실 것, 우리가 숨쉬는 것이 되니 말이지요.

그림책 < 프>는 받은 것을 그대로 돌려 받는 이 순환 시스템 안에 사는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무지했는지, 얼마나 무감각했는지를 곱씹어 보게 만듭니다.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만 판타지로만 보기에는 너무나 뼈 때리는 내용이기에 이 그림책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거예요. (2022 볼로냐 심사위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게다는 생각 분명 하게 되실 겁니다.)

환상적인(?) 경고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그림책 말미에는 현재의 우리가 '용기'를 내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살펴보고 생각해 보게 해주는 친절함까지 갖춘 정말 환상적인 그림책.

플라수프의 미세미세한 맛을 살리는 레시피를 보다 보면 입이 딱 벌어질 테니 눈 크게 뜨고 마음 단단히 먹고 보기를 추천드립니다.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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