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간이 떠나요 딱따구리 그림책 32
베티나 오브레히트 지음, 율리 푈크 그림, 이보현 옮김 / 다산기획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5살 아이에게 시간이 가니 빨리 서두르라고 재촉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울먹거리기 시작하는 아이.

나의 재촉이 아이를 긴장하게 만들었나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 마음으로 머뭇거리니 아이가 말하더군요.

"시간아, 가지 마!"

순간 마음이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으로 가득 차오르더군요.

떠나는 시간에게 아이의 말을 꼭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그날의 시간과 아이와 그리고 제 마음을 흔들었던 모든 감정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그림책을 만났는데요.

그림책 <지금, 시간이 떠나요>

자, 지금 만나러 갑니다. ^^




표지의 아이와 고양이가 누군가를 배웅하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앞면지에 이어지는 주인공은 바로 시간!

오랜 시간의 나이에 걸맞게 하얀 수염과 머리카락 그리고 커다란 몸집의 시간은 멋쟁이인 것 같네요.

빨간 구두가 저의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인데요.

어쩌면 쉬지 않고 가는 시간에게 구두는 꼭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두 다리는 시침과 분침 같은 게 아닐까란 상상도 해 봤어요.

시간의 바알간 두 볼과 흩날리는 긴 털들이 부드럽고 다정해 보이는군요.

당신에게 시간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간이 왜 떠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볼까 해요.





파란 원피스를 입은 소녀 라라와 시간은 친구랍니다.

시간과 윙크를 나눌 수 있다니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저 시간을 때우고, 심지어 죽이면서 지루해하지요.

마침내 견딜 수 없게 된 시간은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 버리고 마는데요.



친구인 시간이 걱정된 라라가 시간을 찾아 나섭니다.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시간, 라라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보았느냐고 물어보지요.

돌아오는 대답은 시간이 없다거나 시간은 돈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뿐이었어요.

라라에게 시간은 늘 여러 빛깔을 지녔고 꽃향기가 나는 친구였으니까요.

라라는 친구인 시간을 찾게 될까요?



다른 사람들은 진짜 시간을 만나지도, 알지도 못합니다.

그런 사람들에 질린 시간은 떠나려 하고, 오로지 어린 소녀 라라만이 시간의 곁을 지키며 함께 하지요.

라라와 시간이 나눈 대화와 함께 거닌 공간, 그리고 고요히 머물며 바라본 풍경들이 제 안에도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시간이 살아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조금씩 느낄 수 있었어요.


흘러가기도 하고, 늘 거기에 머물러 있기도 하는 강물 같은 시간.

한 생명이 태어나면서 그 생명의 시간도 함께 태어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자신만의 시간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시간을 앞설 수도 시간을 벗어날 수도 없는 존재일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시간의 살아 있음을 잊는다면 우리의 시간은 우리를 떠나겠지요.

우리의 육체는 생명을 다할지라도 우리의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고 머무르기도 하면서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고요.

<지금, 시간이 떠나요>를 통해 시간의 등에 업혀 흘러가는 순간들, 시간 속에 머무르는 순간들을 발견합니다.

시간이 마치 소유물인 것처럼, 생명이 없는 것처럼 함부로 생각하고 다루는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은 모습을 보니 시간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라라처럼 시간의 등에 올라타 흘러가기도 하고 머무르기도 하며 행복한 순간들을 모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제 아이가 시간을 불러 세운 것처럼 말이에요.

지금, 시간이 떠나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시간을 불러 세워 보세요. 그리고 가만히 시간의 등에 귀를 대고 두근대는 심장소리를 들어보세요.

시간의 온기를 느끼며, 시간의 향기를 마시며 때로는 흐르는 풍경을, 때로는 함께 머무르는 곳의 분위기를 차곡차곡 마음에 담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림책 <지금, 시간이 떠나요>를 펼치는 순간, 시간이 우리와 함께 머물 수 있도록 다정하게 시간을 부를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거예요.

당신과 당신의 시간이 함께 하는 지금, 바로 그 순간을 축복하고 싶습니다.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