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人鳶) 인생그림책 15
안효림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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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날려본 적이 있나요?

저는 딱 한 번 어린 시절에 해 본 적이 있는데요.

생각처럼 되지 않아 그저 잘하는 친구들이 띄우는 연을 하염없이 올려다 보기만 했어요.

어린 날의 연은 끊어져서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말았지만 그때의 연이 다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무척 반가운 마음으로 만난 그림책과 마음의 실을 이어봅니다.

안효림 작가님의 그림책 <인연>과 말이에요.



우선 연을 띄우기 위해서는 달려야 합니다.

연 스스로는 하늘에 닿을 수 없기에 아이는 힘껏 뛰지요.

뛰는 아이의 심장도 함께 두근거림이 빨라지고 그 떨림은 연줄을 타고 연에게도 전해집니다.

연을 띄워줄 바람을 만나는 그 순간, 아이는 연을 꼭 쥐고 있던 손을 놓아요.

연은 아이의 바람을 안고 하늘의 바람을 타고 날아 오르지요.



모두가 각각의 방식으로, 각자의 속도대로 연을 띄우고 조종합니다.

하늘 위의 연은 흔들리고, 구부리기도 하고 몸을 세우기도 하면서 바람을 타지요.

어느새 하늘에서 만난 여섯 개의 연이 다정하게 어우러지며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순간으로 마음에 새겨지는데요.

변덕스러운 바람 탓에 연들은 당기고 밀고 부딪히고 멀어집니다.

그러다 실이 꼬이고 엉키고 마찰로 인해 결국은 툭! 끊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끊어진 연은 아래로 떨어지거나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멀리 사라져버립니다.

비록 연은 사라졌지만 연을 다시 띄울 실패와 실은 아직 남아 있지요.

그리고 다시 연을 띄울 수 있는 파란 하늘도 그대로입니다.

다시 파란 하늘을 향해 연을 띄우기 위해 끊어진 실을 묶고, 엉킨 실을 풀면서 한번 더 바람을 품고 바람을 기다리는 일.

어쩌면 연을 띄우는 일은 공중에 머무는 짧은 시간보다 지상에서 기다리는 그 수많은 시간 동안 떠나간 연은 잊고, 끊어진 연을 잇고, 엉킨 실을 풀고, 풀린 실을 되감으며 마음 속 바람을 키우며 적당한 바람이 부는 때를 기다리는 일이겠다 싶네요. 연이 뜨기를 기다리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말입니다.


안효림 작가님의 그림책 <인연>은 부드러운 파스텔의 깊고 다양한 색감이 공간을 비웠다가 채웠다 하는 것이 마치 연들이 바람을 따라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것처럼 참 아름다운데요.

우리들이 살아가며 만나며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인연들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한 권의 그림책이라는 실패에 감아 건네주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연과 사람, 연과 연에 담긴 작가님의 이야기가 한 장, 한 장 이어져 한 권의 그림책으로 우리에게 닿는 순간.

또 하나의 줄이 이어지며 인연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그 연줄을 타고 전해져 오는 두근거림과 떨림이 당신에게도 닿기를 바라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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