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에서, 그림책 읽기
김장성 지음 / 이야기꽃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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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을 보는 어른

그림책이 아이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한 사람의 어른에서 이제는 그림책을 애정하는 한 사람의 그림책 애호가가 되었습니다. 교육적인 목적으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보여주려다가 도리어 그림책의 그 무해하고 무한한 세계에 제가 더 매혹당해 버렸지요. 그렇게 그림책을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그림책을 보는 다른 어른들의 이야기가 말이에요. 그렇게 그림책에서 그림책 보는 이들의 책까지 저는 좋아하는 것을 더 늘렸지요. 그림책을 보다가 그림책을 보는 다른 어른들의 이야기를 보니 그림책을 더 넓고, 더 깊게 볼 수 있게 되더군요. 물론 나와 같은 생각과 감정에는 공감을 하면서 마음이 통한 친구가 생긴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기 또 한 명의 그림책을 보고, 만드는 어른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해요. 이렇게 저는 또 한 사람의 스승이자 친구를 얻는 기쁜 마음으로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를 만났습니다.



> 사이에 존재하는 우리가 그림책을 보는 이유

그림책을 보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이름이 친숙할 거예요. 이 책을 쓴 김장성 작가님을 그림책 작가님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분인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김장성 작가님이 본 그림책들 사이로 저도 들어가 보려고 해요.

첫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가님은 '공감의 힘'을 담은 그림책들을 우리에게 건넵니다. 숀탠의 [도착]에서 이민자의 정착을 먼저 다가가 돕는 이들은 역시 앞서 도착한 이들인 것을 보며 마찬가지로 이 책이 그림책의 세계에 막 도착한 이들에게 한 발 다가가는 온기로 가득함을 느낄 수 있지요. 엄마와 떨어진 아이 보보,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된 수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남은 이들,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우리에 갖힌 동물들과 스스로를 우리에 가둔 사람들, 스물아홉 청년 취준생, 못다 이룬 꿈을 간직한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책을 하나 하나 만나게 되는데요. 글과 그림 사이에서, 그림책과 나 사이에서 시선을 마주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법을 작가님이 바라본 그림책 하나 하나 따라가며 응시하게 됩니다. 그렇게 깊어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하고 상상해 보게 되네요. 공감하는 사람답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놓아버렸던 아이의 손을 다시 잡고 우리를 둘러싼 이 모든 사이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그림책을 따라가며 스스로에게 되묻는 시간.

그렇게 온기만 되돌려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은 더 나아갑니다. 그림책에 이런 내용을 담는다고 생각해 보지 못했을 이들에게는 꽤나 놀라움과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에 어쩌면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데까지요. 그러나 그 안의 사람들은 참 따뜻합니다. 힘없고 병들고 늙은 서로를 돌보는 할머니들, 해고된 기타공장의 노동자들, 비가 와도 장사하는 재래시장 상인들, 때를 아는 농부들, 돈 대신 행복을 노래하기를 택한 길거리 가수, 아이를 바꾸는 사려깊은 선생님, "그래서요?"라는 확고한 태도를 가진 이들, 노 하나 든 신부, 손녀와 치매 할머니까지 그들 모두가 살아가는 일을 허투루 대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켠이 묵직해오더군요.

그런 우리의 손을 잡아주는 것은 아이들, 이제 작가님은 아이들 사이로 들어갑니다. 어른과 구분짓기 위한 단어가 아닌 겉모습은 제각각이지만 속은 하나 같이 반짝이는 아이들, 모자라다고 과하다고 내쳐진 아이들과 부와 권력에 집착한 어른들 사이에 그림책을 두지요. 그 사이를 누비며 어른과 아이 사이를 이어주고 생각과 마음을 전하고 나누는 미디어로,삶을 환기하는 예술로서의 그림책을 모두가 만나기를 바라는 작가님의 단단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계속해서 세상의 모든 사이들로 뚜벅뚜벅 걸어나가지요. 거대하고 힘센 자와 작고 약한 자 사이에 잠깐의 '생각 있음'을, 남성과 여성 사이에 '사람다움'을,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우리의 사랑이 그저 '진실하기'를, 기다리게 하는 자들의 종용에 '격렬하게 살아남기'를 이야기하면서요. 참담한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이야기로 기록하고 남기며 계속해서 예술만의 표현적 가능성을 펼치며 종이책으로 살아남을 그림책의 생명력을 끝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됩니다. 내용과 형식이 통합된 아름다운 그림책처럼 이 세상의 모든 사이가 아름다운 그림책 같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더군요.


> 오늘도 그림책을 봅니다. 그리고 내일도요.

역시나 저는 오늘도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또 저를 위해서 그림책을 펼칩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사이에서 생각하고 질문하지요. 때로 질문에서 다른 질문의 실마리가 되는 답을 찾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질문들 사이에서 그림책을 보는 일 역시 작가님처럼 그림책을 보는 방법이 아닌가 싶더군요.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 사이에 그림책이 놓여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볼지를 저는 이 책을 통해 배웠네요.

사람과 괴물 사이에서 끊임없이 그림책을 읽어가는 그 절실한 속내가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어 참 다행이고 감사하게 되는데요. 부디 그림책을 봐야 하는 이유를 모른 채 살아가는 모든 어른들에게 특히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를 괴물이 아닌 사람 쪽으로 바짝 끌어당겨 줄 손을 내밀어 주는 그림책의 힘을 저도 믿기 때문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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