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돌멩이야
주세페 칼리체티 지음, 노에미 볼라 그림, 김지우 옮김 / 단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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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아이 주머니에서 한가득 나오는 돌멩이들.

어린시절의 제가 떠올라 그만 풋하고 웃고 맙니다.

이런 것도 유전인가 싶다가도 아이들은 모두 그런가 보다 쪽으로 생각이 기우는데요.

길을 걷다 눈에 띄는 물건들을 열심히 채집하던 어린 저를 소환하는 제목의 그림책 <안녕, 돌멩이야>

돌멩이와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는지 한번 들여다 볼까 해요.



돌멩이를 만난 아이가 똑, 똑, 똑!

돌멩이에게 인사를 하고 문을 열어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참만에야 대답하는 돌멩이.

아이의 끈기 있는 기다림과 멈추지 않는 호기심의 승리였죠.

돌멩이는 자신에게는 문이 없으니 들어올 수 없다고 합니다.



아이는 계속해서 돌멩이에게 말을 걸어요.

아니 끈임없이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고 하는 쪽이 정확하겠네요.

그 결과 아이는 돌멩이 중에는 겨울잠을 자는 돌멩이가 있고, 돌멩이 안은 돌멩이로 꽉 차서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것도, 겉과 속이 돌멩이라 누구도 숨겨줄 수 없고, 누구의 집도 되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내키는 대로 웃고, 만져 주는 걸 좋아하는 차갑고 무겁고 아름다운 돌멩이 씨.



사실 돌멩이는 돌멩이일 뿐이지만 오랜 시간 계속 변해왔다고 해요.

물과 바람이 어루만질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작아지다 서서히 모래알이 됩니다.

예전에는 큰 바위나 산, 운석 그리고 행성이었던 친구들이 모두 다 작디 작은 모래알로 변한 거지요.

아이는 돌멩이를 쥐고 있으면 그 단단함에 강해지는 기분이 든다고 말해줘요.

돌멩이는 아이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지지만 부서질까 봐 겁이 날 때가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평생을 자신을 덜어내는 돌멩이에게도 심장이 뛰고 있지요.

겁이 날 때 더 빠르게 뛰는 심장이 말이에요.



아이는 이제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돌멩이야, 우린 친구지?"

돌멩이는 돌멩이답게(?)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해요.

그리고 친구가 되는 법을 알려주지요.

서로 돌봐줄 것.

자주 바라볼 것.

가끔 쓰다듬고, 씻겨 주고, 예쁘게 꾸며 주고, 만져 줄 것.

던졌다가 줍고 던졌다 다시 주울 것.

그렇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것.



아이는 돌멩이와 친구가 되었을까요?

이 그림책은 이탈리아의 한 도서관에서 열린 어린이 워크숍에서 아이들이 돌멩이를 관찰하며 쏟아낸 상상력 가득한 질문들을 주세페 칼리체티 작가님과 노에미 볼라 작가님이 하나의 그림책으로 완성한 것인데요.

돌멩이 하나 하나가 각각 다 다른 것처럼 다른 질문들을 쌓아 올려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님이 참 대단해 보입니다.

물론 아이들의 기발한 질문이 이 멋진 책의 절반을 채우고 있지요.

단순하고도 아이가 그린 것 같은 자유로운 그림이 주는 즐거운 기분이 시종일관 이어지면서도 생각에 빠지는 것을 방해하지 않고 이야기와 조화롭게 어울립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함께 보며 여느 때보다 질문을 많이 쏟아내고 즐거워하네요. ^^

참, 겉싸개를 벗기면 서로 각각 다른 돌멩이들이 차곡차곡 쌓인 또 다른 표지가 나오는데요.

아이와 돌멩이 둘 사이에 오고 간 대화가, 마음이, 감정이, 생각이 켜켜이 쌓인 하나의 탑처럼 보이기도 해요.

모두가 제각각 다 다른 모습이라 쌓기 어렵고 불완전해 보이고 무너지기 쉽지만 그것들을 이어주는 것은 바로 돌멩이가 말해준 친구가 되는 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돌멩이가 알려준 방법 중에서 저는 '던졌다가 줍고 던졌다 다시 주울 것'에 밑줄을 긋고 싶어지더군요.

분명 서로를 던지는 순간이 찾아옴을 어른인 저는 알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그리고 다시 가까워지고 또 멀어지고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 관계를 경험하며 자랐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다시 주워 쌓아올린 탑은 매번 그 모양과 높이가 다를 수 밖에 없겠다 싶었어요.

우리는 모두 나로 꽉 찬 돌멩이로 존재하는 개인들이기에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늘 이렇게 달라지는 건가 봅니다.


자, 이제 책을 덮었는데요.

아이는 돌멩이와 친구가 되었을까요?란 질문의 답을 얻으셨기를 바랍니다.

아이와 돌멩이가 만나 나눈 대화, 생각, 감정 그리고 온기까지 그 모든 과정을 바라보면서 나를, 내 주변을, 세상을, 삶을 돌아보게 되는군요.

존재와 존재가 만나서 인사를 건네고, 질문을 하고 답을 찾고, 서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돌보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그 모든 이야기가 들어 있는 정말 멋지고 경쾌한 그림책 <안녕, 돌멩이야>

분명 똑, 똑, 똑! 당신이라는 돌멩이를 두드릴 테니 대답을 너무 오래 끌지는 마세요.

늑장을 부리시면 질문 소나기가 마구 마구 쏟아질 테니까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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