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변신중
박아림 지음 / 월천상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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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색감의 표지가 눈길을 끌고, 포도모양 바탕 위에서 땅콩으로 추정되는 작은 캐릭터들이 활력 넘치는 다채로운 동작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웃음이 슬그머니 나고 호기심에 시동을 걸어주는 표지네요.

제목을 보니 <엄마는 변신 중>이라는데, 이 발랄 깜찍한 땅콩이 엄마일까요?

엄마가 슈퍼 영웅이나 마법 소녀들처럼 변신하는 이야기인가 물음표가 막 뜨네요.

저도 엄마지만 이 엄마 땅콩이 어떻게 무엇으로 변신할지 궁금해지는군요.



땅콩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어랍쇼? 바나나 등판!

겉은 늘씬 길쭉 속은 말랑 촉촉한 이 바나나가 엄마라는군요.

이 매력 넘치는 바나나에게 반하나 안 반하나?

그렇습니다.

엄마 바나나의 매력에 퐁당 빠져버린 아빠 오이 씨.

둘은 결혼을 하게 되지요.





아니, 엄마 바나나가 올록볼록 매끈매끈 가지로 변신!

바나나가 가지로 변신하다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엄마가 무슨 변신을 하나 싶어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해냈습니다. 변신을요!

작가님이 펼쳐 보이는 상상의 연결고리가 이렇게 꼬리를 물고 가네요. ^^

그런데 엄마의 변신, 그 시작에는 다름 아닌 아이라는 새 생명이 있었습니다.

변신의 마법 열쇠는 바로 아이라는 생명.

생명은 이렇게 변신을 통해 태어나는군요.

엄마 가지는 계속해서 변신을 멈추지 않아요

어느새 단단하고 거친 껍질을 가진 땅콩으로 변신하는데요.

저도 제 인생을 통틀어 체형의 놀라운 변화를 경험한 것은 임신했을 때였지요.

몸에서 가장 가는 부분은 목이었고 정말 위아래로 둥글둥글 딱 땅콩이었네요.

불어나는 배와 덩치를 감당 못하고 피부 여기저기에 튼살이 생겼는데 그게 또 거칠고 단단한 땅콩 껍질 무늬와 정말 많이 닮았다 싶어 작가님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엄마 뱃속에 작디작은 콩알 같던 아기들이 알찬 노랑노랑 옥수수로 파팟 태어났네요.

땅콩이 아니라 옥수수를 낳다니 저는 또 놀라고 맙니다. ^^

자, 아기도 낳았고 엄마의 변신이 여기서 멈추냐고요?

그럴리가요.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들은 가족이 되어 함께 변신놀이를 즐겨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변신을 가족은 할 수가 있더군요.

어쩌면 변신하는 엄마를 통해 아빠도 아이들도 함께 되어볼 수 있는 존재를 경험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면 볼수록 엄마의 변화하는 모습을 다양한 식물에서 발견한 작가님의 센스에 감탄하게 되는네요.

외형적인 모습도 그렇지만 생명이 있고, 생명을 품고, 생명을 살리는 식물은 어느모로 보나 엄마를 닮았습니다.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자라듯이 식물을 먹고 자란 우리들이기에 자연스레 공감하게 되는 것 같네요.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캐릭터는 물론이고 눈이 즐거운 색들이 주는 밝은 힘에서도 어떤 생명력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엄마로 살아가는 시간은 기쁨과 감사함이 충만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외형적인 변화와 그로 인한 고통과 스트레스가 찾아오는 시간이기도 해요.

외적인 변화는 내면의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굴절을 가져와 스스로를 아름답게 볼 수 없는 때도 있었어요.

저 역시 사회에서 도태되고 집에 고립된 채 오직 아이만을 키우며 살아야 하는 엄마의 삶에 위기감과 불안을 키우던 시점이 존재했거든요.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그림책을 만나 다행이었습니다. 아니 행운이 맞겠네요.

<엄마는 변신 중>을 만약 그때 만났더라면 얼마나 더 큰 위로가 되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에게도 엄마의 변신이 멋지고 대단해 보이겠지만 엄마 스스로에게도 자신의 변화가 얼마나 대단하고 귀한 일인지를 알려주는 참 고마운 그림책이네요.

변신은 슈퍼영웅이나 마법소녀만 할 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저 같은 엄마들도 할 수 있는 거였군요.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는 말이에요.

정말 대단합니다.

오늘 엄마가 혹은 엄마인 내가 어딘지 달라 보인다면 변신 중인 거예요.

그러니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엄마의 변신을, 엄마인 나의 변신을 응원하기로 해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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