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악어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루리 그림, 글라인.이화진 글 / 요요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도시의 한복판, 어딘가에서 쏟아져 내리는 빛줄기 하나를 스포트라이트 처럼 받고 있는 악어 한 마리.

<도시 악어>라는 제목을 보니 도시의 동물원에 사는 악어의 이야기일까요?

외계에서 온 악어 이야기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악어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지 어서 <도시 악어>를 만나 봐야겠네요.



밀림도 아니고, 동물원도 아니고 우리가 사는 도시에 살고 있는 악어.

이 장면에서 저는 어째서인지 고독한 악어 한 마리가 저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언제부터인가 내가 있는 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 맞는지 자꾸 의문이 생기곤 했으니까요.

어쩌면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생각에 잠긴 악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스로 원해서 도시에 사는 게 아닌 악어에게 이 도시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생존을 위해 적응해야만 하는 곳이었을까요? 아니면 세상 어느 곳보다 살기 좋을 곳이었을까요?

인간이 아닌 악어라는 이유만으로 거부당하고 차별받는 곳.

악아에게 도시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악어는 정말이지 부단히도 뼈를 깎는 고통이라는 말 그대로 고통스러운 노오력을 하지요.

인간의 외모로, 이 도시에서 환영받기 위해 말이에요.



꿈 꾸고 노력하면 된다는 것은 그것이 가능하고 허용되는 상황에서만 유효하다는 것을 어른이 되면서 알았습니다.

도시 악어도 결국 그 사실을 깨닫지요.

악어가 인간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제 악어는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악어에게 남아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요?



아주 어릴 때부터 도시의 인간을 보고 자라온 악어에게 자신이 악어라는 사실은 언제나 인간과 비교할 때 두드러지는 최악의 단점이자 스스로를 부정하게 만드는 사실이었지요.

자신이 악어라는 사실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순간을 맞이 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어쩌면 이대로 끝일지 모른다 생각한 순간 악어는 악어로서 각성을 하고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인정해요.

불행한 삶을 살던 도시 악어에게 찾아 온 일생일대 최고의 행운은 바로 이 순간이었지요.

가장 위기의 순간에 악어는 마침내 해방을, 자유를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되찾습니다.

그런 악어를 보고 있자니 내가 나임을 부정하던 내 안의 내가 악어를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더군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던 내가, 그저 다른 사람들 흉내내기에 바빴던 내가 말이에요.



도시 악어는 이제 더이상 자신이 악어라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도시에 사는 악어로서 살아갈 것입니다.

악어가 아닌 다른 것이 되려는 노력은 할 필요가 없게 되었지요.

책을 활짝 펼쳐 보니 악어의 몸통이 물 속에 편안하게 잠겨 있네요.

그래서였나 봅니다.

표지의 악어 표정이 유난히 편안해 보이던 이유가요.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경험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지요.

다름에 유별나게 선을 긋고 외면하고 심하면 날을 세우고 공격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더더욱 말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악어 혹은 고슴도치 혹은 뱀으로 이 도시에서 자리잡지 못한 채 괴로운 처지에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도시 악어>의 이야기가 그저 그런 자아찾기 이야기로 보이지는 않을 거예요.

부디 악어가 도시인이 아닌 도시 악어로 자신을 되찾았듯이 자신을 되찾게 되기를 바랍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