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 있어요? 곰곰그림책
브누아 브로야르 지음, 비올렌 르루아 그림, 박정연 옮김 / 곰곰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그림책은 제목 때문에, 어떤 그림책은 표지 때문에 펼쳐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데요.

<아빠, 어디 있어요?>는 그 두 가지 모두에 해당되는 그림책입니다.

아빠와 아이의 저런 포옹, 품고 안기는 두 존재가 느끼는 감정이 그림 밖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네요.

서로가 서로를 안았을 때의 어떤 따스한 충만감.

그것은 사랑이기도 하고, 행복이기도 하고 또 그 어떤 것일 수도 있을 거예요.

'아빠, 어디 있어요?'란 제목은 늘 자다가 일어난 저희 아이가 하는 말입니다.

유난히 이른 출근 때문에 아이는 매일 같이 아빠와 아침 인사를 나눌 수도 밤새 꾼 꿈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없지요.

그래서 늘 속상한 마음으로, 아빠를 원하는 간절함을 담아 저에게 건네는 아침 인사예요.

엄마인 나로는 안 되겠니라는 심정으로 저녁에 아빠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해 주지만 눈물이 고인 눈으로 저를 보는 아이를 보면 그저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이 그림책의 제목 역시 평범한 질문으로 다가오지 않더군요.

그저 표지 그림과 제목만으로 벌써 제 마음 속에 훅 들어와 버린 그림책 <아빠, 어디 있어요?>

아빠를 찾는 아이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펼쳐 보겠습니다.



나무꾼 아빠 뤼크와 자크는 서로가 전부인 가족입니다.

아빠는 자크가 일어나기 전에 나무를 베러 가서 해 질 무렵 일하느라 얻은 상처와 돌아오지요.

하루는 아빠가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고 자크는 아빠를 마중 나가기로 해요.

행여 길을 잃을까 아빠는 자크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숲에 혼자 가지 못하게 했는데도 말이죠.



안타깝게도 엇갈린 아빠와 아들.

자크는 숲에서 길을 잃고 두려움과 상상이 만들어낸 불안의 미로 속을 헤맵니다.

아빠 역시 아이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정말 미친듯이 컴컴한 숲을 내달리지요.

서로를 부르는 간절한 외침이 그림책 밖까지 뚫고 들려오는 것 같네요.



둘은 서로를 찾을 수 있을까요?

불안이라는 포식자 검은 어둠이 작고 여린 흰 토끼 같은 아이를 잡아 먹을까 봐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아빠와 아이가 정확히 데칼코마니처럼 찍힌 이 장면이 제 눈에는 서로가 가진 불안의 감정이 닮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더군요.

서로가 서로를 찾고, 서로의 불안이 서로를 부릅니다.

그런데 문득 다음 장으로 넘기려고 보니 이 두 존재가, 두 개의 불안이 다시 포개지네요.

그래서 표지의 포옹과 더불어 이 장면의 겹쳐짐이 제게는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군요.

아이는 여전히 다음 장에서 혼자만의 모험을 계속해 나가면서 두려움을 스스로 극복해 나가요.

우리는 이 그림책의 결말을 이미 시작부터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빠와 아이가 각자 떨어져 각각의 세계에서 내면의 감정들과 부딪혀 가며 나아가는 과정을

응원하며 지켜보게 돼요.

때로 아이가 되어, 때로 아빠가 되어 이 모든 감정과 감각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을 덮고 표지의 아빠와 아이처럼 제 아이를 품에 꼬옥 안고 물었어요.

"엄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

아이는 망설임 없이 대답합니다.

"응, 알아!"

저는 더이상 묻지 않고 더욱 더 꼭 안아줍니다.

아이의 그 거침없고 단호한 대답에, 한 톨의 의심도 없는 그 진실된 믿음에 그저 감사하게 되지요.

내 사랑의 실체를, 사랑 그 자체를 한 존재가 알아줍니다.

한밤의 어두운 숲을 통과하는 동안 아빠와 자크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서로가 서로를 찾게 될 거라는 믿음이었겠죠.

그 신뢰와 믿음 속에서 성장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위기의 순간에 힘이 되어 줄 것 같네요.

그림책 <아빠, 어디 있어요?>를 보고 나니 아이도 저도 마음이 한 뼘 자라 서로를 더 넉넉하게 품고 기다려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엄마가 나오는 그림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빠가 나오는 그림책이 적은데 그런 점이 또 참 반가운 그림책이기도 해서 오늘 밤은 아빠가 들려주는 <아빠, 어디 있어요?>를 아이와 함께 들어야겠네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