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코끼리와는 체스를 두고, 거북이랑은 달리기 경주를 하고,
펭귄과는 말없이 앉아 있고, 코뿔소에게는 손수건을 빌려주고, 부엉이한테는 이야기책을 읽어 줘요.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천천히 체스 말을 옮기는 코끼리를 채근하지 않고 기다려주고,
거북이의 완주를 응원하며 매번 거북이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몹시 수줍음 타는 펭귄 곁에 말없이 앉아 함께 있어 주고,
늘 콧물을 흘리는 코뿔소에게는 더러워하는 기색 전혀 없이 손수건을 빌려주고,
깜깜한 밤을 무서워하는 부엉이에게 용기를 주는 그림책을 읽어 줍니다.
부산스럽지 않게 스며들듯이 고요한 방식으로 전하는 할아버지의 다정함.
그것은 몇 시간이나 며칠 만에 생기거나 만들어진 것이 아닌
매일 매일의 세심한 바라봄과 알아주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다정함일 거예요.
다정함의 시작은 알아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상대의 기분을, 감정을, 필요를 알아주는 일, 말이나 몸짓으로 표현되지 않는 미묘한 것들을 알아주는 일.
동물 친구들과 함께 한 하루 하루 잠깐의 시간들 속에서 할아버지의 다정함은 쌓이고 쌓여 깊어지고 넓어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