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필립 C. 스테드 지음, 에린 E. 스테드 그림, 강무홍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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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휴대폰으로 알림이 옵니다.

오늘의 코로나 확진자 수를 알려주는 알림.

한 자리였던 때가 분명 있었는데 세 자리 숫자가 연일 뜨고 있는 요즘이네요.

아픈 이들도 늘어만 나는 것 같고, 코로나 상황에 지쳐가는 모두와 함께 보고픈 그림책이 생겼어요.

바로 그림책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입니다.


주인공 아모스 할아버지는 동물원에서 일해요.

매일 아침 자명종 시계 소리에 맞춰 일찍 일어나 말끔하게 다려 놓은 작업복을 입고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정각 6시에 도착하는 5번 버스를 타고 동물원에 갑니다.

언뜻 보기에 평범하고 성실한 할아버지 같은데요.

매일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이 있어요.

아무리 할 일이 많아도 늘 짬을 내어 친구들을 보러 가는 일이지요.


할아버지는 코끼리와는 체스를 두고, 거북이랑은 달리기 경주를 하고,

펭귄과는 말없이 앉아 있고, 코뿔소에게는 손수건을 빌려주고, 부엉이한테는 이야기책을 읽어 줘요.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천천히 체스 말을 옮기는 코끼리를 채근하지 않고 기다려주고,

거북이의 완주를 응원하며 매번 거북이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몹시 수줍음 타는 펭귄 곁에 말없이 앉아 함께 있어 주고,

늘 콧물을 흘리는 코뿔소에게는 더러워하는 기색 전혀 없이 손수건을 빌려주고,

깜깜한 밤을 무서워하는 부엉이에게 용기를 주는 그림책을 읽어 줍니다.

부산스럽지 않게 스며들듯이 고요한 방식으로 전하는 할아버지의 다정함.

그것은 몇 시간이나 며칠 만에 생기거나 만들어진 것이 아닌

매일 매일의 세심한 바라봄과 알아주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다정함일 거예요.

다정함의 시작은 알아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상대의 기분을, 감정을, 필요를 알아주는 일, 말이나 몸짓으로 표현되지 않는 미묘한 것들을 알아주는 일.

동물 친구들과 함께 한 하루 하루 잠깐의 시간들 속에서 할아버지의 다정함은 쌓이고 쌓여 깊어지고 넓어졌겠죠.


그런 다정한 아모스 할아버지가 어느 날 동물원에 오지 않습니다.

기다리던 친구들은 안 되겠다 싶어 동물원을 박차고 나오지요.

자, 동물 친구들은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요?

부디 여러분도 할아버지의 마음과 친구들의 마음이 만나는 자리에 함께 하셨으면 좋겠네요. ^^

문득 이심전심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사실 가족과 함께 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이 그림책을 부부가 공동작업했다는 게 대단해 보여요.

글의 정서와 그림의 정서가 이렇게나 잘 통하는 그림책이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두 사람의 마음이 잘 통했다는 말이겠죠. 이 그림책의 아모스 할아버지와 동물 친구들처럼 말이에요.


할아버지 병문안을 마치고 동물원으로 돌아오는 친구들의 뒷모습이 따뜻한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다정함을 할아버지에게 채워주고 다시 돌아오는 친구들의 우정이 기특해서

모두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해주고 싶어지네요.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그 엄청난 영향력을 보고 있지만

동시에 저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서로를 다독이는 다정한 마음의 영향력을 더 신뢰합니다.

참 아이러니하게 우리는 서로 아픈 날 서로의 다정함을 더 많이 꺼내보이는 것 같네요.

당신의 다정함이 오늘도 차곡차곡 쌓이기를 바라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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