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 딱따구리 그림책 31
로라 바카로 시거 지음, 김은영 옮김 / 다산기획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 무지개의 첫번째 색인 빨강.

수도 없이 많은 색 중에서 가장 먼저 눈의 띄는 색은 바로 빨강입니다.

괴테는 빨강을 색의 왕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우리들의 눈을 한 번에 사로잡는 강렬함 때문에 그랬을까요?

그렇게 눈길을 끌어당기고 마음을 물들여버린 빨간 그림책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을 펼쳐 봅니다.


표지를 넘기자 어두워지는 저녁 하늘 아래 숲 속을 가로지르는 여우 가족이 등장하네요.

네 마리 중 유독 붉은 빛을 띈 작은 여우 한 마리가 다른 가족들과 살짝 거리를 두고 있어요.

어린 여우에게 세상은 얼마나 신기한 게 많은지 눈길을 발길을 멈추게 되는 때가 많아 그런 거겠죠?


환하게 세상을 밝혀주는 빨강, 바로 태양의 등장으로 시작되는 하루.

그런데 아기 여우 혼자서 아침을 맞이하네요.

분명 가족들과 함께 있는 걸 봤는데 아마도 한눈을 팔다가 헤어진 모양이군요.

이 붉은 꼬마 여우가 부디 가족들을 찾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꼬마 여우는 가족을 찾아 다니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 근처까지 내려오는데요.

공놀이를 하던 아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사람들이 쓰던 목재에 박혀 있던 뾰족한 못에 발바닥을 다쳐 빨간 피를 흘리기도 하고, 철조망 때문에 맛있어 보이는 빨간 사과를 바라보기만 해야 하지요.

높다란 빨간 벽돌담에 막혀 더이상 갈 수도 없게 돼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불안함, 배고픔과 목마름에 힘이 들고 지친데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길 잃은 빨강.

울긋불긋 가을의 빨강 속을 헤매고 다닙니다.

그러다 사람들이 쳐놓은 거짓 빨강에 속아 위험에 빠지는데요.

꼬마 여우는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림책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에는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이 나옵니다.

길 잃은 여우 빨강의 여정을 따라 가며 우리는 다양한 빨강들을 만나게 돼요.

자연의 빨강, 사람들이 만든 빨강, 감정의 빨강, 진실과 거짓의 빨강에 이르는 그야말로 빨강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위험한 빨강에 반성하게 되더군요.

죄책감에 마음이 짓눌려 점점 무거워질 때 즈음 철컹!

작가님의 그려놓은 따뜻한 구원과 위로의 어쩌면 화해와도 같은 빨강이 등장하는데요.

저는 마지막 장면과 더불어 이 책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면으로 뽑고 싶습니다.

종은 다르지만 동물들에게도 인간들에게도 똑같은 붉은 색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빨강은 생명의 다른 이름이겠다 싶어요. 그러니깐 세상의 많고 많은 생명이 될 수도 있겠죠.

작가님이 세상의 많고 많은 생명에게 사랑을 담아 이 책을 쓰신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한때는 내 안에서 자라던 생명이었던 아이가 옆에서 엄마에게 준다며 빨간 색연필로 하트를 그립니다.

하트와 빨강,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네요.

빨강은 살아 있어 사랑이고, 따뜻한가 봅니다.

길 잃은 여우 빨강이처럼 몸과 마음이 지치고 추운 날에 이 책을 꼬옥 안아 보세요.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이 품고 있는 따뜻한 온기로 우리를 데워주고 따뜻하게 지켜줄 거예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