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불안함, 배고픔과 목마름에 힘이 들고 지친데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길 잃은 빨강.
울긋불긋 가을의 빨강 속을 헤매고 다닙니다.
그러다 사람들이 쳐놓은 거짓 빨강에 속아 위험에 빠지는데요.
꼬마 여우는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림책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에는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이 나옵니다.
길 잃은 여우 빨강의 여정을 따라 가며 우리는 다양한 빨강들을 만나게 돼요.
자연의 빨강, 사람들이 만든 빨강, 감정의 빨강, 진실과 거짓의 빨강에 이르는 그야말로 빨강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위험한 빨강에 반성하게 되더군요.
죄책감에 마음이 짓눌려 점점 무거워질 때 즈음 철컹!
작가님의 그려놓은 따뜻한 구원과 위로의 어쩌면 화해와도 같은 빨강이 등장하는데요.
저는 마지막 장면과 더불어 이 책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면으로 뽑고 싶습니다.
종은 다르지만 동물들에게도 인간들에게도 똑같은 붉은 색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빨강은 생명의 다른 이름이겠다 싶어요. 그러니깐 세상의 많고 많은 생명이 될 수도 있겠죠.
작가님이 세상의 많고 많은 생명에게 사랑을 담아 이 책을 쓰신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