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 그림책은 내 친구 56
정연숙 지음, 김동성 그림 / 논장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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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사람은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쌀밥을 먹어야 밥을 먹은 것 같고 끼니를 제대로 챙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제가 한국인이라 그런 걸까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우리가 주식이라 부르고 늘 밥상에서 보는 하얀 쌀알이 한때는 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쌀이라는 열매를 맺는 벼가 피워내는 꽃, 벼꽃.

그 모습이 궁금해 찾아보니 단 3일에서 5일 정도만 핀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지요.

씨앗이 발아해 모가 되고 꽃을 피우고 낟알이 되기까지의 한 생애 동안 아주 잠깐이지만 분명 하얀 꽃을 피워낸답니다. 바로 그림책 <꽃밥>에는 우리를 먹여 살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귀한 벼꽃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흰 쌀알을 닮은 아니 벼꽃을 닮은 흰 쌀알이 떠오르는 벼꽃이 피어난 표지를 넘기면 앞면지 한가득 노랗고 푸릇푸릇한 꽃을 피운 벼들이 빼곡합니다. 이 푸르고 하얀 벼꽃들은 마지막 면지에서 노란 황금빛이 일렁이는 벼이삭들로 성장해있답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시면서 그 노랗게 익어가는 벼의 일생이 참으로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실 거예요.

이야기는 엄마가 꺼내온 할머니 김순희의 일기장에서 시작됩니다.

1964년 8월의 여름에서 시작된 할머니의 일기는 가난한 그 시절의 모습과 더불어 쌀이 얼마나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초등학생이던 할머니는 어느새 엄마가 되어 생명을 길러내는 쌀의 꽃처럼 귀한 사람이 되라며 아이의 이름을 '미화'라고 짓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돌이 되어 장수를 기원하며 하얀 햅쌀로 만든 백설기 떡을 돌상에 올리고 작은 입에 조금 떼어 먹이죠. 그 아이는 자라서 또 한 생명을 낳은 엄마가 됩니다. 할머니는 손녀 은진이의 첫 생일에도 딸 미화를 위해 그랬던 것처럼 손수 건강과 행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백설기 떡을 만들어 올립니다. 그리고 생각하시죠.

'은진아, 세상에 쌀만큼 귀한 건 없단다. 사람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쌀처럼 귀한 사람이 되렴.'

할머니의 일기에는 날씨 탓에 농사가 잘 되지 않아 수입쌀로 입을 타격을 걱정하던 1980년대와 수입 농산물 소비가 본격화되며 점점 농사 지어 먹고 살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유입하는 1990년대 그리고 다시 귀농 바람이 불던 2010년대의 모습도 들어 있습니다. 할머니의 일기장에 기록된 한 사람의 인생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 살아온 모습과 더불어 생명에서 생명으로 이어가는 살아있는 삶의 장면마다 '쌀'이라는 생명의 원천이 갖는 의미가 함께 녹아 있지요.


우리는 흔히 '밥심'으로 살아간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쌀을 길러내는 농민들의 그 수고로움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생각하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네요. 누군가의 입으로 들어가 힘을 주고, 살아가게 하는 쌀의 소중함도, 그 생명되는 쌀을 키워내는 사람들의 소중함이 부디 잊히지 않고 우리 안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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