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을 거야 - 2021년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수상작 작은 곰자리 42
시드니 스미스 지음,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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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 보이는 눈을 한 아이가 버스의 유리창 한 귀퉁이에 보입니다.

눈이 날리는 창문 밖 세상, 차들의 방향등과 신호등의 붉은 빛 그리고 어두워지고 있는 게 분명한 늦은 시간의 복잡한 도시는 아이에게 조금의 여유도, 포근함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네요.

아마도 <괜찮을 거야>라는 이야기는 아이가 스스로에게 속삭이는 작은 응원이 아닐까 생각하며 그림책을 펼쳐봅니다.

버스 안 커다란 어른들 틈에서 내린 작은 아이는 어디론가 향합니다.

아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크고 시끄러운 소리로 겁에 질리게 만들고, 북적거림과 소란스러움에 머릿속은 복잡하지요.

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건넵니다.

'나는 너를 알아.

너는 괜찮을 거야.'

그런데 사실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하고픈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어두운 골목길이나 큰 개가 있는 건물, 쉬기 좋아 보이지만 가시덤불이 있는 빈터,

숨기 좋은 곳들 몇 군데와 쉴 수 있는 한여름 같은 냄새가 나는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통풍구,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저 아래 파란 집과 성가대 노래가 흘러나오는 빨간 벽돌 교회를 지나고

생선을 나눠줄 아랫동네 생선 가게 주인과 공원 의자에서 다정하게 쓰다듬어 줄 아이의 친구를 떠올리며

아이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찾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곧 눈치챌 수 있어요.

그것은 잃어버린 아이의 고양이.

자신처럼 작고 여린 그렇지만 너무나 소중한 존재인 고양이를 찾으려고 아이는 눈보라가 몰아치고 자신을 위협하는 세상 밖을 돌아다니지요.

과연 아이는 고양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거칠고 커다랗고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작고 여린 존재들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크고 강한 것들만 존재하는 것 같은 세상이지만 그렇지 않아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른들의 세상에서 어른들은 더이상 보지 않고 돌보지 않는 것들을 아이들은 바라봅니다.

저보다 더 작고 여린 존재들을 향해 있는 아이들의 시선이 얼마나 따뜻하고 얼마나 경이로운지요.

세상의 모든 작고 여린 존재들을 향한 위로와 응원의 책 <괜찮을 거야>

아이의 시선을 따라,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 가는 그림들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인지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고, 굴삭기가 굴러가는 거친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차갑고 매서운 눈보라에 몸이 꽁꽁 얼어붙는 것만 같기도 하지만 "나는 너를 알아. 너는 괜찮을 거야."라는 아이의 목소리가 가장 또렷이 들려옵니다.

어른이 된 저에게도 이 세상은 여전히 살아가기 힘든 곳이기에, 그리고 앞으로 작고 작은 아이들이 성장하며 겪게 될 수없이 많은 힘들고 어려운 순간마다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작고 여린 존재들에게 건네는 "괜찮을 거야"라는 작지만 단단한 이 말이 스스로에게, 작지만 소중한 존재에게 따뜻한 온기를 품고 전달될 거라 믿어 봅니다.

나는, 너는 그리고 우리는 괜찮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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