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노는 숲속의 공주 잘 노는 숲속의 공주
미깡 지음, 신타 아리바스 그림 / 후즈갓마이테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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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보며 자란 세대이지만, 내 아이에게 이 책을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의 엄마입니다. 그래서 < >의 등장이 너무나 반가울 수 밖에 없더군요.

마법에 걸려 오매불망 자신을 구해줄 왕자님만을 기다리며 잠에 빠져 있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아니라 정말 제대로 잘 노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라니 대체 이 이야기 속의 공주는 어떤 매력을 터뜨리며 제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여성에 대한 글을 써오신 미깡 작가님의 탄탄한 이야기에 다양한 매력을 선사하는 신타 아리바스 작가님의 그림이 함께 어우러진 이 환상적인 조합이 만들어낸 공주님이라니 믿고 보는 그림책이란 이런 그림책을 말하는 걸 거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한 쪽 눈만 감고 다른 쪽 눈은 뜬 채 숲 속에 누워 있는 잠자는 아니 잘 노는 숲속의 공주가 그려진 표지에서부터 제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ㅎㅎ

 


나에겐 특별한 숲속의 친구가 있습니다. 아니 있었지요.

매일매일 신나게 놀고 정말 모든 게 잘 맞는 그런 친구가 말이에요.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숲에서 친구와 놀기보다 새 친구들과 공주 드레스를 입고 놀면서 점점 그 친구를 잊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새 친구들과 놀다 속상한 일이 있던 어느 날 밤 꿈속에 그 친구가 찾아오지요.

나는 그 친구에게 지금 내가 다니는 유치원을 보여주고 싶어 친구에게 자신을 만나러 와 달라고 합니다.

아주아주 예쁜 공주 드레스를 입고 기다리겠다고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친구는 오지 않고 꿈속에서 다시 나타납니다.

나는 내 기대를 져버린 친구에게 오지 않은 이유를 묻지요.

친구는 갔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고 대답합니다.

공주 드레스를 입은 아이가 너무 많아서 말이에요.

그래서 나는 다시 약속을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멀리서도 잘 보이는 핑크색 리본도,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유리 구두도 나를 찾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지요.

도대체 어떤 옷을 입어야 친구는 나를 찾을 수 있을까요?

 



< >에는 정말 중요한 질문이 들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바로 '나'라는 질문!!

그리고 책 속의 공주는 바로 그 질문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그 질문의 답까지도 찾아냅니다.

친구들을 따라하는 것이, 유행을 쫓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진짜 나로 살기로,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기로 마음 먹고 행동으로 옮기지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묻고 그리고 용기있게 '나'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이 숲속의 잘 노는 공주가 찾아낸 답입니다.

내 인생의 진짜 주인공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진짜 공주가 됩니다. 드레스와 리본과 유리구두의 힘을 빌어서는 만족할 수도 없고 완성될 수도 없던 공주가 말이죠.

제게도 잘 노는 공주가 있는데요. 첫 아이가 아들이었기에 둘째가 딸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는 정말 마음껏 여성스러운 옷이며 분홍분홍한 유아용품들을 살 수 있겠다 싶어 내심 신이났습니다. 그렇지만 엄마의 바람 따윈 안중에도 없고 오빠바라기인 둘째에게 최고의 장난감은 자동차와 기차고, 레이스 달린 치마보다 로봇이나 비행기가 그려진 옷을 입겠다고 하는 때론 오빠보다 더 개구진 아이가 되어가고 있지요. 그런 딸 아이를 보고 있자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둘째의 나다움을 엄마인 제가 어떻게 해보려고 한 건 아닌가 싶어 말이에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곧 또래와 사회문화적으로 부딪히게 될 문제들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틈바구니 안에서 혼란스러울 때마다 아이와 함께 < >를 펼쳐야겠다 마음 먹게 되더군요.

더불어 자신이 갖는 고유한 자기다움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우리 어른들이 지켜야 할 것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들이 바뀌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말이죠. 각종 매체와 교육 그리고 또래 문화의 압력 속에서 나다움을 표현하는 용기를 북돋아주는 이런 그림책의 등장은 그래서 더 의미있고,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무척 중요하고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됩니다. 앞으로의 세상이 '나'로 살아가는 일에 더 너그러워지길, '나답게' 사는 삶을 즐기는 이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저도 저답게 잘 놀아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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