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존재함을 가장 물리적으로 보여주고 스스로도 감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몸'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와 '세상'의 경계인 '몸'을 스스로 탐색하고 들여다 본 적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신체가 평소와 다르게 작동하거나, 병에 걸리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고는 내 '몸'을 자각하고, 알고 싶어한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 책 <살갗 아래>가 던진 화두가 너무나도 흥미로울 수 밖에 없었다.
<살갗 아래>에는 피부, 폐, 맹장, 귀, 피, 담낭, 간, 창자, 코, 눈, 몽팥, 갑상샘, 대장, 뇌, 자궁이라는 우리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내부에 존재하는 15가지의 신체 기관들에 대해 15명의 작가가 쓴 글들로, 영국 BBC 라디오 3에서 방송된 '몸에 관한 이야기(A Body of Essays)' 시리즈를 모아 엮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