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그 이름만으로도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을 집어드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40년이란 시간 동안 우리에게 건네주셨던 그 처음부터 그 마지막 작품의 서문과 발문을 만날 수 있어 참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아쉬움 역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 아쉬움이란 작가님의 작품을 다 보지 못한 상태로 이 책을 본다는 것과 더이상 작가님의 작품을 만날 수 없다는 그것. 그러나 그 아쉬움은 곧 목마름으로 이어져 작가님의 책을 다시 하나씩 펼쳐보고 더듬어볼 기회를 만들어 줄 거란 기대로 이어진다.
한 권의 책을 내고서 쓰는 서문들이란 작품에 온전히 빠져있다 나와서 쓰는 글이라 가장 나중에 쓰는 글이면서 한 작품의 가장 첫 머리에서 독자들을 만나는 가장 처음이기에 작가의 뒷모습 같은 얼굴을 만나는 일이라 생각하며 하나 하나 읽었다.
박완서라는 이름을 처음 알리게 된 등단 첫 작품 [나목]은 여러 차례 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는데 이 처녀작에 대한 작가님의 애틋함이 매번 서문에서 말간 얼굴을 내밀기에 처음이 갖는 그 특별함이 매번 새롭고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여러 차례 발간 된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초판본 표지 뒷면에 쓰여 있던 아들 원태에게 간직하라고 쓴 자신의 필적을 발견하고 가슴이 철렁 무겁게 내려앉았을 때. 죽은 아들에 대한 아픔과 살아온 시대를 향해 쓴 작가님의 이야기들도 가감없이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에서는 참 강한 분이란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무엇보다 작가님의 글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태도에 대한 부분들이 눈에 많이 밟히는 것은 역시나 그 말에 실린 작가님의 진심의 깊이와 무게가 오롯이 전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창밖은 봄]의 서문에서 "작가로서의 최소한의 조건, 사물의 허위에 속지 않고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직관의 눈과, 이 시대의 문학이 이 시대의 작가에게 지워준 짐이 아무리 벅차도 결코 그걸 피하거나 덜려고 잔꾀를 부리지 않을 성실성만은 갖추었다라는 자부심 역시 나는 갖고 있다."라는 뜨거운 고백에 함께 마음이 뜨거워지고, 장편소설 [살아 있는 날의 시작]의 서문에서 "나의 글은 다른 아무하고도 아닌 바로 나 자신과의 싸움의 흔적일 뿐인것 같다."라는 이야기에는 그 치열함에 숙연해진다. 단편소설집 [그 여자네 집]에서 "내가 쓴 글들은 내가 살아온 시대의 거울인 동시에 나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거울이 있어서 나를 가다듬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고, 글을 쓸 수 있는 한 지루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라는 말씀에서는 그 거울을 통해 나와 시대를 비춰볼 수 있어 감사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