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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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그 이름만으로도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을 집어드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40년이란 시간 동안 우리에게 건네주셨던 그 처음부터 그 마지막 작품의 서문과 발문을 만날 수 있어 참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아쉬움 역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 아쉬움이란 작가님의 작품을 다 보지 못한 상태로 이 책을 본다는 것과 더이상 작가님의 작품을 만날 수 없다는 그것. 그러나 그 아쉬움은 곧 목마름으로 이어져 작가님의 책을 다시 하나씩 펼쳐보고 더듬어볼 기회를 만들어 줄 거란 기대로 이어진다.

한 권의 책을 내고서 쓰는 서문들이란 작품에 온전히 빠져있다 나와서 쓰는 글이라 가장 나중에 쓰는 글이면서 한 작품의 가장 첫 머리에서 독자들을 만나는 가장 처음이기에 작가의 뒷모습 같은 얼굴을 만나는 일이라 생각하며 하나 하나 읽었다.

박완서라는 이름을 처음 알리게 된 등단 첫 작품 [나목]은 여러 차례 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는데 이 처녀작에 대한 작가님의 애틋함이 매번 서문에서 말간 얼굴을 내밀기에 처음이 갖는 그 특별함이 매번 새롭고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여러 차례 발간 된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초판본 표지 뒷면에 쓰여 있던 아들 원태에게 간직하라고 쓴 자신의 필적을 발견하고 가슴이 철렁 무겁게 내려앉았을 때. 죽은 아들에 대한 아픔과 살아온 시대를 향해 쓴 작가님의 이야기들도 가감없이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에서는 참 강한 분이란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무엇보다 작가님의 글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태도에 대한 부분들이 눈에 많이 밟히는 것은 역시나 그 말에 실린 작가님의 진심의 깊이와 무게가 오롯이 전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창밖은 봄]의 서문에서 "작가로서의 최소한의 조건, 사물의 허위에 속지 않고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직관의 눈과, 이 시대의 문학이 이 시대의 작가에게 지워준 짐이 아무리 벅차도 결코 그걸 피하거나 덜려고 잔꾀를 부리지 않을 성실성만은 갖추었다라는 자부심 역시 나는 갖고 있다."라는 뜨거운 고백에 함께 마음이 뜨거워지고, 장편소설 [살아 있는 날의 시작]의 서문에서 "나의 글은 다른 아무하고도 아닌 바로 나 자신과의 싸움의 흔적일 뿐인것 같다."라는 이야기에는 그 치열함에 숙연해진다. 단편소설집 [그 여자네 집]에서 "내가 쓴 글들은 내가 살아온 시대의 거울인 동시에 나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거울이 있어서 나를 가다듬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고, 글을 쓸 수 있는 한 지루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라는 말씀에서는 그 거울을 통해 나와 시대를 비춰볼 수 있어 감사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보며 서문 하나 하나에 담긴 그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일과 더불어 작가 연보, 작품 연보, 작품 화보까지 하나 하나 짚어볼 수 있어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두루두루 살필 수 있다.

여기 모은 박완서 작가님의 글들은 단지 책의 서문들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작가가 살아온 삶의 축적이자, 오랜 세월을 글을 쓰며 살 수 있는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문학적 궤적으로 이 궤적을 따라가는 일은 마치 작가님의 단편소설집 제목 [어떤 나들이]처럼 작가님을 따라 어떤 나들이를 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나들이의 끝에는 우리 손에 남겨진 작가님의 작품들을 숨고르며 차분하게 읽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박완서 작가님, 그녀가 우리 곁에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도 우리 곁에 살아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하나의 기록이자 작품으로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은 존재할 것이다. 이런 책을, 이런 기록을 그리고 기억과 함께하는 지금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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