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를 따라갑니다
매그너스 웨이트먼 지음, 엄혜숙 옮김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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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을 떠나본 지가 언제인가요?

저는 '엄마'라는 '모험' 중인데, 정말 험난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

그럼에도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이 모험이 참 소중하답니다.

혹시 처음 질문에 쉽게 대답을 못하신다면 반복되는 일상에 매몰돼서 인생이라는 모험 중이란 사실을 잊고 계신 건 아닌지요.

그렇다면 여기 소중한 오리를 따라나선 토끼 삼남매의 모험에 살짝 동참해 보지 않으실래요?

<오리를 따라갑니다>


구불구불한 강 위에 붉은 배를 탄 토끼 삼남매가 붉은 스카프를 한 노란 오리를 따라가는 표지부터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양한 풍경과 동물들을 지나쳐 다다른 끝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네요. 과연 이들의 오리를 따라가는 이들의 모험은 언제까지,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표지를 넘기고 첫 장을 보자마자 표지에 나왔던 동물들이 단순히 배경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답니다.

이 그림책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와 관련 미션들이 한가득하거든요.

막내 동생 버니의 장난감 꼬마 오리를 찾으러 버니와 함께 모험을 시작하는 오빠 피터와 밥, 자전거로 여행 중인 사슴 가족, 누군가를 찾고 있는 비둘기, 강에서 카약을 타는 여우 가족, , 새집을 찾고 있는 고니 실리아와 아이들, 호기심 많은 덱스터와 산책 중인 염소 할아버지, 스피드광 돼지들,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누군가를 도와주는 닭 척, 운이 나쁜 낚시꾼 어린 양 로라 등등.

<오리를 따라갑니다>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 같은 시작이란 생각이 드네요.

커다란 흐름인 강을 따라 오리를 찾아가는 토끼 삼남매의 이야기 곁에 연결되어 있는 무수한 또 다른 이야기들.

그리고 결국 이 모든 흐름들이 바다라는 한 곳으로 모여든다는 것.

이거 쉽지 않은 모험이 될 것 같습니다.

긴장하고 다음 장을 넘겨봅니다.

장난감 오리를 갖고 놀고 있는 토끼가 커다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네요.

이렇게 모험의 시작은 고요하고 평온한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소중한 장난감 오리가 물살에 떠내려가고 토끼 삼남매는 배를 타고 오리를 따라갑니다.

깊은 숲 속의 빠른 물살, 많은 물거품을 지나서 물살이 느린 푸른 들판을 지나, 거대한 호수를 통과해 거대한 물보라가 이는 폭포를 헤치고, 라푼젤이 사는 마을을 지나, 강철 괴물 같아 보이는 공장 옆을 지나고 섬과 물로 된 아름다운 미로 같은 곳에 다다릅니다. 비까지 내리기 시작해 난감해진 토끼 삼남매.

그렇지만 그 어디에서도 소중한 오리를 찾지 못하지요.

비가 멎고 네덜란드가 떠오르는 아름다운 풍차와 튤립이 가득한 곳에서 삼남매는 공이 물에 빠져 도움을 요청하는 축구 선수들을 도와주지만 정작 자신들이 찾고 있는 꼬마 오리는 찾지 못합니다.

마침내 항구에 도착한 토끼 삼남매.

항구의 부산함에 정신이 없는데다 컨테이너에서 고무 오리들이 물 위로 쏟아져 더욱 난처해지고 마네요.

이제 바다까지 나와버린 삼남매는 과연 단 하나뿐인 소중한 오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토끼 삼남매의 소중한 오리 찾기를 따라가며 버니의 오리를 찾느라 눈은 바쁘지만 매 장면마다 새롭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자꾸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리고 첫 장에서 소개받았던 동물들과 미션들을 따라 또 다른 이야기들을 찾아보는 <오리를 따라갑니다>

이 그림책은 오리를 따라서 매번 주인공을 바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트랜스포머형 그림책인 것 같네요.

그 덕분에 각각의 다른 모험들을 즐기면서 만날 때마다 새로운 모험으로 설레게 해주는 그림책이 되었네요.

그렇지만 누군가의 모험은 언제나 또 다른 누군가와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하나의 목소리로 들립니다.

우리의 모험이 외롭지 않은 것은, 그리고 더 풍성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인 것 같네요.

그리고 토끼 삼남매는 계속 다른 곳을 여행하지만 그곳엔 언제나 엄마와 아빠가 함께 있습니다.

세 아이는 그걸 모르지만 말이에요. 책을 보는 우리는 두 분이 어디에 계신지 찾아 볼 수 있답니다.

그러고 보면 모험 내내 낯선 곳에서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우리를 어디에선가 보고 있고 응원하는 이들이 있다는 믿음 덕분이 아닌가 싶네요. 삼남매는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모험을 하면서 만났던 곳들을 디오라마처럼 만들어 모두와 공유합니다.

마지막의 이 모험의 함께 나눔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소중한 것을 찾기 위한 인생이라는 여정은 누군가의 생의 모험과 또 다른 누군가의 생의 모험이 만나고 파생되어 가는 과정이겠구나라고 말이에요. 저 역시 신랑의 모험에, 아이들의 모험에 연결된 생의 모험을 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또 어떤 누군가의 모험과 만나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모험'의 가슴 뛰는 순간을, 신나는 발견의 기쁨을, 소중한 것을 찾으려는 노력의 가치를, 또 다른 모험과 연결되어 있는 함께의 온기를 담은 그림책, <오리를 따라갑니다>

당신의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인생의 모험이 다시 반짝거리길, 생기를 되찾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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