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파 일주일 정도를 병원에서 보낸 것이 내가 병원에서 보낸 가장 오랜 시간이기에 병원 생활이 일상인 누군가의 삶에 대해서 감히 생각해 볼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생존율이 30%대인 위험했던 여덟 살의 첫 수술을 엄마에게 어떤 말이든 해야 한다는 의지로 견뎌낸 그녀의 이야기는 내게는 삶이, 살아 있음이 기적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병원에서의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를 받으며 컵라면 하나에, 잠시만 허락된 눈발 날리는 풍경에 행복해하는 '아픈 아이'가 때때로 발견한 작은 기쁨의 순간들에 대한 기록은 내가 무감동하게 흘려보낸 순간들의 가치로움을 되찾게 해주었다.
병원이 아닌 병원 밖 일상이 오히려 낯설기만 해 땅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던 유년 시절. 섣부른 동정에 상처받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늘 겉돌기만 하다가 마침내 진짜 친구를 사귀게 되었을 때는 내가 다 내 일처럼 기쁘고 감사했다.
환자의 삶에서 탈피한 일상의 삶에 익숙해지고, 미래를 계획하며 살아가던 그녀에게 다시 찾아온 암. 다시 입원과 수술을 하고 이번에도 그녀는 살아날 거라는 믿음으로 돌아온다. '아픈 아이'에서 '아픈 어른'이 된 그녀. 수술 후의 엄청난 괴로운 회복 과정이며 매끼 챙겨 먹어야 하는 엄청난 양들의 약과 그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들에 대해 읽으며 살아 있는 것이 고통이며 동시에 그럼에도 살고 싶다는 생에 대한 간절함이 어떤 것인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우울증까지 걸렸지만, 가족들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선 그녀.
그래서 "내 인생에 우울한 일이 닥칠수록 즐거운 일의 비율도 맞춰야 한다면서 자꾸 웃으려 노력했다. 웃는 시간이 우는 시간보다 조금은 더 많기를 바랐다."는 그녀의 말과 "정말 죽어?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잖아. 그늘에 지지 말자. 지금을 빼앗기지 말자."라며 그녀를 다독이던 언니의 말을 내 가슴에 담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