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찾아서 창비시선 438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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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겨울 하늘을 날아 붓다를 찾아가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떨어뜨린 시집, [당신을 찾아서].

[슬픔이 기쁨에게] 보낸 시로 처음 만났던 정호승 시인이 어느새 등단 47주년을 맞이하였고, 13번째 시집 [당신을 찾아서]를 들고 왔다. [당신을 찾아서]를 읽으며 참 한결같이 시에서 느껴지는 사랑과 고뇌, 슬픔과 기쁨이, 그리고 절대자에 대한 신실함이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당신을 찾아서]를 읽다 보면 아름답고 더러운, 슬프고 기쁜, 천국과 지옥, 천사와 악마, 절대자와 인간, 늙은 어린이, 사랑과 증오, 산 자와 죽은 자, 웃음과 눈물... 이런 극과 극의 시어들의 의미가 어쩌면 서로 정반대의 위치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기에 이 세상의 혼란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지옥에도 사랑이 있''반드시 지옥을 찾아갈 것이''지옥에서 쫓겨나도 다시 찾아''당신을 만나 사랑할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사랑이 참으로 절절하다. 사랑이 있기에 지옥이 천국이라는 사실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옥에 천국이 내려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기쁘고 슬프고 감사하다.

그 뿐 아니라 슬프고 외로운 존재들에게, '아직 봄이 지나지 않았는데 온 천지에 기쁨의 슬픔이 찬란'한 이 지옥에서 '살아갈수록 상처는 별빛처럼 빛나는 것'이라고 어깨를 감싸안아 주고, '마침내 인생이 나를 버릴 때에도 나를 버리지 않''손수건을 꺼내 말없이' '눈물을 닦아주는' '가난한 사람들'의 존재를 각성시켜 준다.

그런가 하면 실패하고 분노하는 이들에게는,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듣지 않으므로' '두려워 말하지 않았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지금'이라고 '인생을 사랑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우니 '인생을 실패해도 괜찮'다고 '허옇게 속살까지 드러난 분노의 상처를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해준다. 그러면서도 '과거를 선택한 분노의 불이 되지 말고 다 타고 남은 현재의 고요한 숯이 되라''용서의 불씨를 품은 참숯이 되라'고 한다. 결국 우리가 건너야 할 인생의 강에서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 주는 것이 용서이기 때문이다.

 


[당신을 찾아서]에서 시인이 찾고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

절대자인 당신일 수도, 오늘도 구제불능 상태인 당신일 수도, 연약하고 상처받은 영혼의 당신일 수도, 붉은 가슴을 드러낸 작은 새일 수도, 첫새벽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개미일 수도.

그리고 또 당신 역시 찾고 있는 당신이 있는 이라면 '혼자 건너가야 하는' '평생의 눈물이 얼어붙은' '물살 센 깊은' '저 겨울의 강' 앞에도 포기하지 마시기를.

'용서라는 징검다리'를 딛고 '창밖에 환히 등불을 밝히고 나를 기다리는 당신의 집을 향해' 갈 수 있는 우리니까.

당신의 당신을 찾아서 홀로 여행 중인 당신들, '당신만은 부디 봄이 되어 주세요.'

이는 [당신을 찾아서]에 담긴 시인의 마음이기도 하고, 나의 바람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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