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1
퀸투스 호라티우스 플라쿠스 지음, 김남우 옮김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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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가장 빛나야 할 청춘들이 지금을 누리지 못한 채 억눌리고 시들시들한 모습을 보며 키팅 선생이 들려주던 말.

실제 그 카르페 디엠을 노래한 이가 바로 호라티우스다.

지금을 살라는 로마 서정시의 대가이자 쾌락주의 에피쿠로스 학파의 철학자였던 그.

 


<카르페 디엠>을 펼쳐보니 로마의 신들과 로마의 흥망성쇠가 눈 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 같기도 하고,

계속되는 전쟁이 낳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전전긍긍하는 로마 시민들에게 짧은 삶을 사는 동안 많은 것을 추구하는 지저분한 걱정과 욕심을 버리고 현재에 만족하고 현재를 살라고 카르페 디엠을 노래하던 호라티우스가 있다.

과거를 살던 시인인 그 호라티우스가 노래하는 시 속에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계속 마음을 두드리는 뭔가가 있다.

 


I 11 묻지 마라, 아는 것이

짧은 우리네 인생에 긴 욕심일랑 잘라내라.

말하는 새에도 우리를 시새운 세월은 흘러갔다.

내일은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II 10 이런 삶이 옳겠다

어려울 때 희망을, 좋을 때 두려움을 가지며, 뒤바뀌는 운명에 잘 대비하는 마음을.

흉측한 겨울을 펼쳐 보이던 유피테르는 곧 다시 이를 거두어들인다.

지금 어렵다고 앞으로도 어려우리란 법은 없다.

키타라로 한때 침묵하던 무사여신을 아폴로는 재촉하니, 늘 활만 잡는 것도 아니다.

옹색한 형편이라도 용기를 갖고 굳건한 마음으로 버텨내며, 한결같이 지혜롭게, 너무나 달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는 부풀어 오른 돛을 내려라.

 


II 11 거친 칸타브리아와

많은 게 필요치 않은 세월을 사는 데 웬 소란인가?

곧 청춘의 아리따움은 멀리 달아나고, 노년의 백발 앞에 가뿐한 단잠과 즐거운 사랑도 창백히 시들어버린다.

봄꽃의 영광이 영원할 수는 없고 붉은 달도 한결같이 얼굴을 밝힐 순 없다.

끝없는 분주함을 감당 못할 영혼을 어찌 지치게 하는가?

여기 큰 플라타누스와 소나무 아래 한가히 몸을 누이고, 장미꽃 향수로 하얗게 내린 머리카락을 꾸미고, 남은 시간이나마 감송 향유로 씻고, 마시지 않겠는가?

박쿠스는 좀먹는 근심을 물리친다.

II 16 신들께 평온을

현재에 만족하는 영혼은 멀리 나중의 근심을 멀리하길.

태평한 웃음으로 쓰라림을 다스리길.

과연 모든 일에서 행복할 수는 없나니,

명예로운 아킬레스는 일찍 요절하였고 티토노스는 늙어가며 한없이 늙어갔다.

너에겐 안된다 했던 시간이 어쩌면 나에겐 허락될는지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분명 전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누리건만 여전히 소유하지 못하는 시간과 정복하지 못한 욕심과 걱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어쩌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바로 지금 뿐이기에 살았던 과거도, 아직 살지 못한 미래도 아닌 바로 현재의 지금만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호라티우스의 노래가 여전히 유효한 것이겠지. 호라티우스와 함께 "카르페 디엠"을 외치며 건배하고 싶어지는 지금 이 순간. 함께 건배할 것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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