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피 아저씨의 코뿔소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69
존 버닝햄 지음,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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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피 아저씨가 돌아왔다!

존 버닝햄 작가님의 타계 소식에 아팠던 마음을 달래주는 소식에 이제나 저제나 만나기만을 기다렸던 그림책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

배에 함께 타는 이들을 배려한다 약속하면 누구나 태워주고 이내 약속을 어기고 난장판을 만든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건 물론 다음에 또 배를 타러 오라는 인사까지 해주시는 마음 넓고 이해심 많은 검피 아저씨를 처음 만났던 것이 바로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그리고 다음엔 모두와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진흙탕에 빠져 어쩔 수 없이(?) 함께 힘을 모아 탈출한 후 더러워진 몸을 씻을 수 있게 해주고 다음 드라이브 초대까지 해주시던 현명한 검피 아저씨가 나오는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

늘 아이들의 마음에 가까이 계시며 귀 기울이는 현명한 검피 아저씨는 바로 존 버닝햄 작가님 본인의 모습이었기에 작가님의 타계 소식은 검피 아저씨와의 이별이기도 했지요. 더이상 검피 아저씨를 만날 수 없다 생각했는데 존 버닝햄 작가님은 우리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를 남겨주셨습니다.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편과 드라이브 편에서는 나룻배와 자동차를 탄 검피 아저씨와 친구들의 모습이 표지로 나오는데 이번에도 역시 코뿔소 등에 탄 검피 아저씨와 친구들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네요. 오른쪽 상단에 검피 아저씨의 자동차도 등장을 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배는 어디 있을까요? 배가 어디 숨어 있는지는 잠시 후에 공개하겠습니다. ^^

파란 하늘 빛 앞면지.

작가님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는 하늘을 담은 걸까요?


앞면지를 넘기니 검피 아저씨는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코뿔소는 붉은 카펫 위 아저씨 발치에 편하게 드러누워 있습니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벽난로의 불이 퍼뜨리는 따뜻한 온기를 따라 올라가니 벽난로 위에 걸린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용 빨간 차가 그려진 그림이 보이네요. 그리고 큰 창 밖 밤 하늘에 뜬 초승달과 그 아래 달빛을 덮고 잠들어 있는 아저씨의 배가 보입니다. 아! 여기 검피 아저씨와 모든 것들이 모여 너무나도 평화롭고 따뜻하기만 한 순간을 그대로 담아두었네요. 아마도 천국에 있는 존 버닝햄 작가님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자, 이제는 진짜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를 본격적으로 살펴볼까요? ^^

 


검피 아저씨는 아프리카를 여행 하다 부모를 잃은 아기 코뿔소를 만납니다.

아기 코뿔소의 슬픔을 달래주고 싶은 검피 아저씨는 아기 코뿔소에게 '찰리'라는 이름도 주고 가족이 되어 줍니다.

아기 코뿔소 찰리는 검피 아저씨 집에서 무럭 무럭 빠르게 자라지요.


검피 아저씨는 날마다 찰리를 넉넉히 먹이는 게 어려워지자 학교를 찾아가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도움을 구합니다.

한 아이의 멋진 제안으로 찰리는 시청 직원으로 일하게 되지요. 무슨 일인지 궁금하시죠? 모두를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찰리의 배고픔도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랍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는 걸까요?

뱃놀이와 드라이브 때처럼 이번에도 위기는 닥칩니다.

위기 없는 삶이란 삶이 아니겠지요?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떠나려고 하는데 닥친 문제를 찰리가 정말 속시원하게 해결해 준답니다.


검피 아저씨가 찰리에게 건넨 도움의 손길은 아저씨와 찰리가 가족이라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었고,

찰리가 아이들에게 다시 도움을 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인간들의 잘못으로 혼자 남겨진 어린 코뿔소를 외면하지 않고 생명을 소중히 돌본 그 마음이 어떻게 돌아오는지 그 아름다운 선순환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에 그 강하고 따뜻함이 더 오래오래 마음을 안아줄 것 같네요. 그래서인지 이 책의 띠지의 양 끝에서 남겨진 아기 코뿔소를 안아주는 검피 아저씨의 모습과 가족이 된 찰리와 검피 아저씨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검피 아저씨의 마음을, 존 버닝햄 작가님의 마음을 담아 책을 만들려고 한 것 같아 더 마음에 드네요.^^)


찰리는 코뿔소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우리들 중 누군가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찰리는 한 때 피해자였고, 슬픔과 고통 속에 있었지만 이제 검피 아저씨와 함께 사는 걸 좋아하고, 자기 일을 좋아하지요. 그리고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갑니다. 검피 아저씨가, 존 버닝햄 작가님이 그리는 세상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는 작가님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마지막 선물이라는 점도 그 의미가 크지만 담고 있는 메세지가 갖는 의미 역시 아주 커다랗고 따뜻합니다. 생명을 구하고 돌보는 일, 모두가 함께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를 거쳐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에서 다시 이야기하고 있어요. 특히나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에는 앞선 두 이야기가 그림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그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야기는 어려움이 닥치자 검피 아저씨가 가장 먼저 달려가 답을 구한 것은 힘이 있고 아는 것이 많은 어른들이 아니라 바로 아이들이었다는 건데요. 우리가 종종 초심으로 돌아가자 말하곤 합니다. 제게는 그 초심이 동심으로 보여요. 처음 마음, 사람의 첫 마음이란 아이의 마음, 아이였을 때의 마음이 아닐까요? 이 작품은 작가님의 마지막 작품이면서 처음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더 멋지고 소중하네요.

존 버닝햄 작가님,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들을 보여주는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라는 선물을 주셔서 정말,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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