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싫어요!"라고 말하는 꼬마 기사 네드 똑똑 모두누리 그림책
루시 롤런드 지음, 케이트 힌들리 그림, 김현희 옮김 / 사파리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저의 모든 말에 "싫어"라고 대답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드디어 일춘기가 시작되는구나 싶어 그러려니 했지요.

그렇지만 정말 모든 말마다 "싫어"라고 대답하니 정말 난감하고 어떨 땐 꼭지가 돌아갈 때도 있더군요. ^^;;

그런 저희 아이 이야기인가 싶어 궁금해지는 그림책 <언제나 "싫어요!"라고 말하는 꼬마 기사 네드>를 만나봤습니다.

지붕 위에 앉은 빨간 용과 창문에 턱을 괴고 있는 주근깨가 사랑스러운 아이가 표지에서 우리를 맞아주네요.

아마도 이 아이가 오늘의 주인공 꼬마 기사 네드겠죠? 빨간 용은 네드의 친구인가 봅니다.

자, 본격적으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처음부터 "싫어요!"라고 말하는 꼬마 기사 네드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인지 정리도 잘하고, 인사도 잘하고, 심부름도 잘하는 착한 어린이 꼬마 기사 네드가 등장합니다.

그것도 마을에 유일한 어린이라네요.

어른들의 어떤 부탁에도 곧바로 "네, 좋아요!"라고 웃는 얼굴로 말하는 꼬마 기사 네드.

그런데 이 마을에는 매일 밤 무시무시한 빨간 용이 날아와서 밤만 되면 어른들 모두 벌뻘 떨며 집 안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어른들은 무서워하는 용이 네드에게는 자신처럼 친구가 없어 외로운 것처럼 보였지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꼬마 기사 네드는 이상한 기분을 느낍니다.


우유를 가져다 달라는 엄마의 부탁에 처음으로 화를 내며 "싫어요!"라고 외치지요. 네드는 끊임없이 "싫어요!"라고 말하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날 밤 다시 나타난 용을 보고 피하라는 어른들의 말에도 네드는 "싫어요!"라고 말하고는 빨간 용과 마주합니다. 자, 과연 꼬마 기사 네드는 어떻게 될까요?

빨간 용에게 잡아먹힐까요? 아니면 빨간 용을 물리칠까요? 그것도 아니면 빨간 용과 친구가 될까요?

아이가 하나 없는 어른들의 세상.

그곳에서 유일한 아이인 네드는 언제나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어른스러움을 암묵적으로 강요받은 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순응하는 표면의 네드 안에는 '싫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내면의 네드, 어린 네드가 있었던 겁니다.

누구에게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던 네드는 어느날 마침내 숨어 있던 '싫어요'라고 말하는 네드와 대면하지요.

제게는 빨간 용이 바로 그런 네드의 또 다른 자아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막상 마주했을 때 그 거대함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도리어 더 무섭게 으르렁거려야 하는 거 아니냐며 따지기까지 하지요.


으르렁 대는 것에 지치고 외로움에 눈물짓는 빨간 용이 네드에게 함께 지내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네드는 단호하게 "싫어요!"라고 거절합니다. 그렇지만 네드는 진정으로 마음이 담긴 "좋아요!"를 회복하는 동시에 또 다른 자신인 빨간 용을 수용하게 되지요.

마침내 네드는 자신의 내면, 또 다른 자아인 붉은 용을 다루게 될 줄 알게 됩니다.

네드와 붉은 용은 이제 "좋아요."와 "싫어요" 사이에서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라는 프레임에 갖히지 않고 그때그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되지요.

아이들에게도 이 그림책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겠지만 동시에 복잡한 사회의 인간 관계에서 자신의 붉은 용을 외면하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림책 <언제나 "싫어요!"라고 말하는 꼬마 기사 네드>

어른들도 피하기 바쁜 붉은 용을 마주한 네드의 용기!

이 마을에 하나뿐인 아이지만 가장 용감한 아이 꼬마 기사 네드!

그러고 보니 자신의 마음을 지킬 줄 아는 네드에게 꼬마 기사란 별명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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