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똥
유은실 지음, 박세영 그림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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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가치와 쓸모 그리고 헌신에 대한 이야기하면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듣고 감동한 바로 그 이야기를 만든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10년 되는 해를 맞아 추모작으로 쓰여진 유은실 작가의 <송아지똥>

<강아지똥>의 문학적 가치와 그 의미가 참 커서 그 이야기를 품고 <송아지똥>을 쓰기까지

유은실 작가님이 참 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그래서 더 기대되는 그림책이기도 한 <송아지똥>

지금부터 만나볼까요?

 


"나는 똥이다"로 시작되는

어찌보면 대담하고 어찌보면 한숨 섞인 냄새나는 자기소개.

그렇게 어느 산골 마당 한구석에서 송아지똥이 태어납니다.

송아지똥 주변에는 삶을 노래하는 감나무 '리듬감', 평화를 사랑하는 질경이 '평이'란

따뜻한 이웃친구들이 있어 송아지똥의 탄생을 축하해주고 환영해주지요.

이들을 통해 길어야 한 계절을 사는 짧은 똥생이란 걸 깨달은 송아지똥.

짧은 만큼 멋지게 살고 싶다 생각하고 이름도 갖고 싶어 '리듬감'의 축하송에서 자신의 이름을 따옵니다.

'똥또로동'

가만 불러 본 자신의 이름.

마음에 쏙 들어하지요.

 


세상에서 보낸 하루는 놀라운 걸로 가득한 멋진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좋은 건 친구인 평이와 리듬감.

두 친구 덕분에 '똥또로동'은 자신의 탄생이야기도 듣고,

점점 굳어가는 중에도 리듬감이 떨궈준 감잎 모자를 쓰고 눈부신 하늘을 올려다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서로 돕는 아름다움에 감탄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돕는 게 아니라 괴롭히는 나쁜 짓을 하는 이도 있다는 사실을

'똥또로동'에게 더러운 똥구멍에서 싸진 똥이라며 막말을 퍼붓고

부리로 콕콕 쪼아대며 괴롭히는 참새 때문에 알게 되지요.

다행히 평화수호자 '평이'와 마당에 깃들어 사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지만

슬픔에 휩싸인 '똥또로동'.

그런 '똥또로동'에게 '리듬감'은 '전설의 강아지똥'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똥또로동'은 자신도 강아지똥처럼 '평이'의 거름이 되고 싶다고,

쓸모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똥또로동'은 시멘트 위에서 태어나 평이에게 가 닿을 수 없습니다.

태어난 지 보름이 지나고 '똥또로동'의 몸은 많이 굳었지요.

마침 비가 내려 '똥또로동'은 처음으로 비를 맞으며 살아있음을 행복해합니다.

그 뒤로 비는 조금도 내리지 않고 '똥또로동'은 마침내 완전히 굳어버리지요.

이렇게 끝났을까요?

그럴리가 없지요.

'똥또로동'의 최후(?)는 책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정말 그림책 <송아지똥>은 한 장 한 장에 담고 있는 이야기가 모두 소중하고

깊이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그림책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무엇보다 '똥또로동'의 몸이 완전히 굳기 전에 유언처럼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는

내 삶을, 내가 살아갈 인생을 똑바로 마주하고 진지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지요.

삶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정말 괜찮았다고 괜찮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이고 싶어집니다.

어쩌면 모든 존재의 가치는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데에 있는 것이지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 하거나 가치 있는 일을 해서 가치있는 존재가 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똥또로동'의 짧지만 충만하고 행복한 똥생을 통해 전하고픈 작가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지막이 자신의 이름을 노래하듯 불렀을 '똥또로동'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그때문이겠지요.

이제 2020년을 앞둔 우리에게 건네는 작가의 이야기는

권정생 선생님의 아름다운 이야기 <강아지똥>과 더불어 새로운 가치관으로 다가옵니다.

송아지똥 '똥또로동'의 괜찮은 똥생이 똑!똑!똑!하고 우리의 인생에 노크를 해오네요.

그림책 <송아지똥> 탄생을 축하와 환영으로 맞아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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