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에
문명예 지음 / JEI재능교육(재능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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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이면 겨울의 서늘한 추위가 그립고

막상 또 겨울이 되니 더운 여름의 뜨끈뜨끈함이 그리워집니다.

두껍게 껴입은 옷 때문에 몸이 둔해져 그런지

마음마저도 둔해진 느낌에 여름의 홀가분함도 떠오르네요.

또 조용하디 조용한 겨울밤의 그 적막함은 생명력 넘치는 여름밤의 활기와

작은 부산스러움으로 가득한 여름밤 특유의 소리까지 세세하게 추억하게 합니다.

어쩌면 이런 날 더 보면 좋은 그림책 <여름밤에>

여름밤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오늘 같은 겨울밤에 펼쳐봅니다.

 



캄캄한 밤 달걀을 닮은 달걀꽃 개망초 사이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반딧불이를 올려다보는 표지를 들여다 보고 있자니

한낮의 후텁지근했던 기운이 물러가고 있겠구나 싶어 한숨이 포옥 새어나오네요.

아닌게 아니라 더위에 지쳐 늘어져 있었을 강아지 한 마리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산책을 가자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롱아, 산책가자."

그렇게 강아지 아롱이와 여름밤의 작은 산책을 떠납니다.

고양이를 쫓아 연꽃 마을 개굴 습지로 따라 들어가 숨바꼭질을 하다보니

낮에는 보지 못했던 여름 꽃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깊어가는 여름밤에 깨어 있는 것은 꽃들만이 아니네요.

땅 속에서 고개를 쑥 내미는 두더지도, 먹이를 찾으러 나온 수달도

모두 낮에는 볼 수 없는 친구들인데 우연히 여름밤 산책길에서 스치듯 만나게 되네요.

아까 놓쳤던 고양이를 다시 쫓아 더 깊이 들어가봅니다.

 


무성한 초록잎 커튼을 걷어내자 개구리들의 대합창이 온 몸을 감싸안아주네요.

한동안 개구리들의 목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입니다.

그러다 아롱이가 개구리들의 합창에 응답을 해주고 그틈에 살짝 정신을 차려보아요.

잠시 불어오는 밤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아

한동안 그 춤사위를 눈으로 쫓아봅니다.

가만 보니 우리만 관객이 아니라 부엉이 가족도 함께네요.

반딧불이들은 함께 춤을 추며 멋진 조명을 비춰줍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집으로 돌아오는 우리의 발걸음 하나 하나에

인사를 보내주는 것 같은 개구리들의 노래.

그렇게 한여름밤의 축제는 서서히 막을 내립니다.

차가운 겨울밤의 공기에 코끝이 시려오고 추위의 무음으로 가득한

배고픈 겨울의 추위가 모든 소리를 삼켜버린 것처럼 조용한 밤에 만나서 그럴까요?

그림책 <여름밤에>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생명의 소리로 가득한 여름밤 축제의 풍경과 소리는

그래서 더 환상적이고 그래서 더 그리워집니다.

이제 올 겨울밤은 심심하지 않을 거예요. 뭐, 겨울 뿐이겠어요?

이제 언제든 여름밤의 산책이 필요한 순간에 <여름밤에>를 펼치기만 하면

어느 순간 여름으로, 그것도 여름밤이 가장 충만한 순간의 한 가운데에 가 있을 테니까요.


* 여름밤에 만난 들풀과 꽃이름이 실린 독후활동지와 여름밤의 생생한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는 QR코드까지 활용하면 여름밤 산책이 더 생동감 넘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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