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페이즐 무늬 원피스를 입은 파란 눈의 파이퍼가 다가와 가르쳐 줍니다.
어항 속이 아닌 바다가 바로 웬즈데이의 진짜 집이라고 말이지요.
그때부터 웬즈데이의 슬픔은 점점 깊어갑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뛰어오르는 웬즈데이.
과연 그 도약은 웬즈데이를 바다로 데려갔을까요?
어항에 갇혀 바다를 꿈꾸는 고래 웬즈데이.
글에도 나오지만 일주일의 한 가운데. 어쩌면 힘내서 시작한 월요일부터 분주한 화요일을 지나 힘이 빠진 수요일 같기도 하고 우리말로 물이 들어간 수요일과 물에 사는 고래의 이름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다를 꿈꾸며 슬퍼하는 웬즈데이의 눈물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사실 웬즈데이의 이름을 듣자마자 자연스레 마더구스의 노래가 떠오르더군요. 아이가 태어난 요일로 아이의 운명을 점쳐보는 노래에서 Wednesday`s child id full of woe라는 구절. 고래 웬즈데이가 자유를 꿈꾸며 바다를 그리워하는 그 슬픔이 마치 예정된 운명 같기도 하고 그래서 어항 속 세상이 전부라 생각하면서도 우연히 본 자유라는 바다를 향한 파랑앓이가 더 절절하게 다가오네요.
자신이 살고 있던 어항을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여 파이퍼가 알려주기 전까지 진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몰랐던 웬즈데이.
그래서 높이 뛰어올랐다가 우연히 본 파란 바다가 자꾸 보고 싶고 그리웠던 웬즈데이.
어항 속 웬즈데이의 모습에서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라는 어항, 구태의연한 습관과 규칙 같은 것들 안에서 뱅뱅 돌며 안주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합니다.
바다라는 자유를 찾아서 "있는 힘을 다해" 뛰어오른 웬즈데이.
자유라는 바다를 찾기 위해서는 정말 있는 힘을 다해 뛰어올라야 하겠지요.
웬즈데이가 그러한 것처럼 저도 정말 "있는 힘을 다해' 뛰어올라 바다라는 파란 자유를 찾고 싶네요.
<바다로 간 고래>는 2011년 발매된 라디오헤드의 앨범 <The King of Lims>에 수록된 곡 <Bloom>에서 영감을 받아 트로이 하월 작가가 글을 쓰고 리처드 존스 작가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라디오 헤드의 팬이기에 더 반가운 그림책이기도 한데 2018년에 BBC에서 방영한 Blue Planet II의 사운드 트랙으로 한스 짐머만과 콜라보한 버전을 올려봅니다. 재미있게도 톰 요크는 Blue Planet I에서 영감을 받아 <Bloom>을 작곡했는데 그 곡이 다시 두번째 Blue Planet의 OST로 쓰였다니 운명같이 느껴지네요. 하나의 영감이 피워낸 생명이 다시 새로운 영감과 생명으로 피어난 것 같아 <Bloom>이란 제목이 더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아름다운 바다의 영상과 함께 라디오헤드의 <Bloom>을 들으며 나를 피워낼 바다를 상상해보세요. 당신으로 가득한 바다를 만나시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