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리틀 뮤지션 - 개정증보판 리틀 뮤지션 시리즈
곽명주 그림, 남빛 글 / 후즈갓마이테일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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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엄마 손 잡고 피아노 학원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만 이내 어렵다며 그만둔 기억까지.

그리고 나서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은 건 첫 아이를 임신하고 태교를 한다는 명목으로였지요.

사실 어릴 때 못 다한 피아노와의 대결(?)을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도 왠지 어른이 됐으니 더 잘할 수 있지 않나 하는 마음도 있었답니다. 그래도 배운 가락이 있어서 시작은 쉽게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은 여전히 나와 피아노의 끊없는 연습대결. 무엇이든 하나를 잘해내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지요. 처음 피아노를 만났던 그때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잠깐 해보게 되더군요. 또 그렇다면 유명한 음악가들의 처음은 어땠을까?란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바로 그 음악가들이 악기를 처음 만난 순간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안녕, 리틀 뮤지션>


민트빛 바탕 위에 노란 기타를 든 뮤지션이 노래를 하며 인사를 건네는 표지를 넘겨보면

첫 만남과 첫 사랑의 설렘을 담은 분홍분홍 면지가 보는 저까지 마음을 왈랑거리게 합니다.

자, 어떤 음악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처음 우리를 반겨주는 뮤지션은 유명한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

키스 자렛은 무려 세 살부터 피아노를 쳤지만 어려운 곡을 만날 때마다 자신감 없어 했고

그의 어머니는 첫 음과 두번째 음을 칠 수 있으면 그 곡을 연주할 수 있을 거라며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셨다네요.

그러면서 우리들에게 정말 멋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네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느끼는 대로 연주를 한다면 그것이 바로 너만의 음악이 될 거야."

키스 자렛의 아름다운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그에게도 어려운 곡 앞에서 머뭇거렸던 순간이 있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동시에 그런 순간을 어떻게 넘어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알 수 있어 그의 음악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더군요.

 


다음으로 만나볼 사람은 제게 희망의 응원이 되어준 이야기를 해 준 뮤지션인 드럼 연주자 브라이언 블레이드.

원래 아홉 살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다 드럼에 푹 빠지게 되었다는 그.

"난 그저 내가 느낀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 것뿐이야!"

한 가지를 꾸준히 할 수도 있지만 자신과 맞는 뭔가를 찾아나설 수도 있다는 사실과 악기를 연주하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재미있으면서 위안이 되더군요.

사실 저도 바이올린을 배우다 드럼을 배운 경험이 있어 더 관심이 가기도 했답니다.

아이들에게도 악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그림책에서 그런 이야기를 잘 전달해주고 있네요.

 


조금 낯선 악기인 하프 연주자 카를로스 살제도.

세 살에 피아노를 시작했지만, 다른 악기도 배우기를 원하는 아버지 덕분에 놀랍게도 자신과 잘 맞는 하프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려운 건 없어. 다만 새롭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있을 뿐이지."

어쩌면 삶이 그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이야기.

어른이 되었지만 삶이 어렵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저에게 엄청난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

이렇게 음악을 통해서, 음악인을 통해서, 그림책을 통해서 오늘 또 배웁니다.

이외에도 관객 바로 앞 무대 위에 서 있는 순간이 가장 신난다는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스스로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그 기쁨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 하루 스무 시간씩 기타 연습을 한 기타 장인 팻 메스니, 강제수용소에서도 첼로를 연주자가 될 희망과 꿈을 잃지 않고 이룬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를 소망한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 모두를 위한 음악을 연주하는 콘트라베이시스트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부족했지만 오페라가 삶이 된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게 참 기쁜 일이라는 아코디언 연주자 기 랄리베르테까지 다양한 음악가들과 각종 악기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은 언제나 우리를 즐겁게 해"라는 정말 중요한 이야기와 더불어 함께 연주해 보자며 손을 내밀지요.

저 붉은 커튼을 젖히면 어떤 음악이 들릴지 궁금하시죠? ^^

 


<안녕, 리틀 뮤지션>은 왼쪽은 엽서, 오른쪽은 음악가의 모습이 담겨져 있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 멋진 음악가들에게서 직접 엽서를 받은 기분이 든답니다.

친구가 된 뮤지션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은 그렇지 않았을 때와 전혀 다르게 들립니다. 전부터 알고 있는 뮤지션의 경우에도 제게는 다르게 들리더군요.

그리고 엽서 왼쪽 하단에 QR 코드가 있어 바로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데요. 덕분에 각각의 뮤지션이 들려주는 다양한 악기와 노래가 다고 있는 음악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더 깊이 있고 더 넓게 즐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엽서라는 형식 때문인지 위인의 고리타분한 교훈처럼 들리지 않아 마치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 같고, 음악이란 악기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바로 듣게 해주는 이렇게 음악가와 그들의 음악을 한층 더 가깝게 보고 듣게 해주는 그림책이라니요!! !

매력적인 사람들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담은 그야말로 매력적인 그림책이 아닐 수 없답니다.

음악을 처음 만나는 누군가에게도, 음악가를 알고 싶어하는 누군가에게도, 악기를 처음 시작하는 누군가에게도, 악기 연습에 지친 누군가에게도 멋진 만남과 새로운 즐거움, 꿈과 희망 그리고 위로까지 주는 선물 같은 그림책 <안녕, 리틀 뮤지션>

<안녕, 리틀 뮤지션>은 음악이,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이들이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참 매력적인 인사란 생각이 드네요. 모두가 그 인사에 안녕!이라고 대답해주면 좋겠습니다. ^^

우리 모두는 음악가니까요. 자기 삶이라는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들.

저도 오늘은 먼지 쌓인 제 악기들의 안녕을 살피러 가야겠어요~*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제멋대로 하지만 그래서 멋진 우리들의 연주를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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