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화가 피카소의 청색시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한 때 절친한 친구의 죽음과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그림으로 힘든 자신의 마음을
온통 파란색으로 나타냈다고 합니다. 이 시기 이후에 사랑에 빠지면서 장미빛 시대로 넘어가는데
피카소란 화가가 자신의 마음에 참 충실하고 정직한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표현해서 자신만의 작품 안에 덜어내고 자신을 극복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피카소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마음 속 슬픔과 괴로움을 이겨낸 누군가의 이야기,
슬픔과 괴로움 속의 친구를 도우려는 누군가의 이야기로 더 다가왔어요.
청색시대를 지나온 피카소의 이야기를 매리언 튜카스 특유의 화법으로 표현한 그림책 <내가 왜 파란색으로 그리냐고?>
그림 하나 하나에서 지문을 찍고, 물감을 떨어뜨리고, 다른 색을 겹쳐보고, 번지게 해보는 다양한 미술 기법들과
색색깔의 물감들을 보는 즐거움을 주는 그림책이랍니다.
또, 아이들에게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색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본 색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리는 동안에는 자유롭게 무엇이든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아
저처럼 하얀 도화지 앞에서 경직되는 사람들에게도 위안이 되는 그림책이 아닐까 싶네요.
문득 저희 아이도 마음이 원하는 대로 끌리는 색으로, 가장 마음에 잘 맞는 색으로 표현한 것 뿐인데,
그런 아이의 마음을 몰라준 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드네요.
이제는 한 가지 색에 집착한다고 걱정할 게 아니라 아이가 고른 색에 담긴 의미를 잘 헤아려봐야겠네요.
그리고 저도 마음을 표현하는 무언가를 열심히 해봐야겠어요.
그것이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그 무엇이든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피카소처럼 나만의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