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파란색으로 그리냐고? 국민서관 그림동화 227
매리언 튜카스 지음,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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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어린이집 상담 기간이라 찾아간 어린이집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가 한 가지 색으로만 색칠을 해서 선생님이 다른 색도 한 번 칠해 보라며 권한 크레파스를

슬쩍 칠하는 척하더니만 얼른 다시 내려놓고 원래 칠하던 색을 집더랍니다.

뭔가 아이의 고집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 색깔이 아이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란

생각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중에 파란색으로만 그림을 그리는 새 빌리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요.

어쩌면 아이의 마음 상태에 대한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내가 왜 파란색으로 그라냐고?>를 펼쳐볼까 합니다.


첫면지에 온통 어두운 파랑으로 뒤덮인 곳을 검은 새 한 마리가 바닥을 보며 걷고 있네요.

아마도 몹시 괴롭고 슬픈 상황에 처해 있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마음을 붙잡습니다.

도대체 왜 이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이 친구의 이름은 빌리랍니다.

그리고 빌리에겐 뭐든지 함께 하는 단짝 친구 배트가 있지요.

빌리는 배트와 그림 그리는 걸 가장 좋아한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배트가 쪽지 한 장만 달랑 남겨 두고 떠나 버리죠.

빌리는 친구를 잃고 우울한 기분에 젖습니다.

그 우울한 기분은 파르스름한 멍처럼 점점 번져 가고

빌리의 마음 속 배트가 있던 자리엔 커다랗고 파란 웅덩이가 생깁니다

빌리의 슬픔과 괴로움이 모여서 만들어진 파란 웅덩이.

거기에서 퍼낸 푸르스름한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빌리가 그리는 그림은 모두 그 마음을 그대로 닮은 파란 색일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런 빌리와 빌리의 그림을 보며 안 되겠다 싶은 친구들이 빌리를 데리고 어디론가 갑니다.

자, 과연 빌리는 친구들이 데려간 곳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까요?

빌리의 그림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이 책은 화가 피카소의 청색시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한 때 절친한 친구의 죽음과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그림으로 힘든 자신의 마음을

온통 파란색으로 나타냈다고 합니다. 이 시기 이후에 사랑에 빠지면서 장미빛 시대로 넘어가는데

피카소란 화가가 자신의 마음에 참 충실하고 정직한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표현해서 자신만의 작품 안에 덜어내고 자신을 극복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피카소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마음 속 슬픔과 괴로움을 이겨낸 누군가의 이야기,

슬픔과 괴로움 속의 친구를 도우려는 누군가의 이야기로 더 다가왔어요.

청색시대를 지나온 피카소의 이야기를 매리언 튜카스 특유의 화법으로 표현한 그림책 <내가 왜 파란색으로 그리냐고?>

그림 하나 하나에서 지문을 찍고, 물감을 떨어뜨리고, 다른 색을 겹쳐보고, 번지게 해보는 다양한 미술 기법들과

색색깔의 물감들을 보는 즐거움을 주는 그림책이랍니다.

또, 아이들에게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색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본 색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리는 동안에는 자유롭게 무엇이든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아

저처럼 하얀 도화지 앞에서 경직되는 사람들에게도 위안이 되는 그림책이 아닐까 싶네요.

문득 저희 아이도 마음이 원하는 대로 끌리는 색으로, 가장 마음에 잘 맞는 색으로 표현한 것 뿐인데,

그런 아이의 마음을 몰라준 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드네요.

이제는 한 가지 색에 집착한다고 걱정할 게 아니라 아이가 고른 색에 담긴 의미를 잘 헤아려봐야겠네요.

그리고 저도 마음을 표현하는 무언가를 열심히 해봐야겠어요.

그것이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그 무엇이든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피카소처럼 나만의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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