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 보고서를 파헤쳐보자. 우선 책육아의 시작은 책이 삶의 베이스가 되게 하는 데 있다고 한다. 책 볼 시간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아날로그로 살 것을, 자꾸 뭘 많이 하는 것보다 쓸데없는 짓 '안'하고 현실을 온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로 시작부터 내 몸 편하자고 동영상 보여주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원할 때 마음껏 놀고, 깊이 읽으며 자라는 아이가 사교육에 찌들어 대충 공부하는 척 아이보다 제대로 몰입을 해 뭔가를 해내도 해낸다며 뻘짓처럼 보이는 일이지만 몰입해서 어떤 완성을 이뤘을 때의 그 모든 과정이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부분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하지 말라고 했던 나의 방해가 떠올라 가슴이 덜컥. 비워내서 부족하고 불편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시간의 풍요로움 속에서 느끼는 권태로움을 통해 인생의 가치를 책과, 진짜 사람, 진짜 경험 속에서 찾게 된다는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돈이란 물건이 아닌 경험과 관광여행이 아닌 봉사 여행에 의미 없는 모임이 아닌 진정한 만남에 학원이 아닌 학습 탐사에 근사하게 쓰는 것이란 말은 이 책이 단순한 육아서로 읽히지 않게 한다.
책육아의 과정을 보자면 하은맘은 인생을 놀이처럼 재미있게 살려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시작해 읽기 독립을 거치면 아이는 위인으로, 세계사로, 과학으로, 논술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책이 단순히 지식을 얻는 도구가 아니라 아이의 감성을 풍부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밝은 정서와 공감 능력이라는 엄청난 아웃풋을 가져다 주는 보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게 해주는 하은이.
참,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는데 하은맘이 하은이에게 책만 주구장창 읽힌 것은 아니란 사실! 하은이가 몸으로 실컷 놀고 싶은 만큼 바깥놀이를 하며 '몸 독서'도 함께 했다는 사실 또한 중요한 포인트다. 바깥놀이로 '몸 독서'를 하고 책육아로 '머리 독서'를 한 아이는 분명 세상을 건강하게 살아가며 넓고 깊게 알아가고 바라볼 줄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낳은 아이지만 그만의 개성과 취향과 기호와 다른 능력을 뿜어내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자꾸 아이를 어떻게 해보려는 엄마들에게 정신 번쩍들게 하는 효과까지 장착한 책이다.
부모가 아이를 만드는 게 아니고 아이가 우리를 부모로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일침은 얼굴을 화끈거리게 한다.
부모는 그저 아이에게 '책과의 접점'이 되어주면서 인풋에 최선을 다하고 진득이 기다리면 아웃풋이 한꺼번에 확 터진다니 걱정말고 의심말고 그저 흔들리지 말고 '따뜻한 무관심'으로 기다리는 것이 책육아의 포인트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온 아이는 책 밖 세상에서도 훨훨 날개를 편다.(2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