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詩作 - 테드 휴즈의 시작법
테드 휴즈 지음, 김승일 옮김 / 비아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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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인 순간'이 있다.

그래서 인생이 반짝이고 빛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살고 있고, 그런 순간을 발견하며 살기를 원한다.

그런 생각 덕분에 '시'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살고, 언젠가부터는 그런 '시를 쓰는 삶'을 꿈꿔 오고 있다.

그래서 참 반가운 책이었던 <오늘부터, 詩作(시작)>

이 책을 읽고 나면 오늘부터 시작(詩作)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 같은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우선 이 책의 지은이는 영국시인인 테드 휴즈(1930~1998)로 1984년에 국가 경조사에 공적인 시를 짓는 영국의 계관시인으로 임명되었다고 한다. 인정받는 시인인 그가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BBC 특별프로그램을 위해 준비한 내용을 모은 책이 바로 <오늘부터, 詩作(시작)>

첫째 날은 동물, 둘째 날은 바람과 날씨, 셋째 날은 사람들에 관해 쓰기를, 넷째 날은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다섯째 날은 풍경에 대한 글쓰기를, 여섯째 날과 일곱째 날은 소설을 시작하고 계속 쓰는 것에 대해, 여덟째 날은 가족, 아홉째 날은 달에 사는 생물에 대해 쓰는 것으로 모두 9일 간의 글쓰기 수업 내용을 담고 있다. 작가는 시의 소재를 하나 둘 풀어놓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시 쓰기를 독려한다. 그러면서 해당 소재를 잘 표현한 좋은 시들을 소개하고 어떤 점이 좋은 시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동시에 각 챕터의 말미에 '시인의 노트'가 있어 작가의 조언과 더불어 선별한 좋은 작품들을 소개해 놓고 있다. 이런 저런 다양한 관점에서 쓰여진 시들을 많이 접할 수 있게 돕는 한편 그 시들을 모방해 보면서 연습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 시 한 편 한 편이 다 다른 시인들의 다 다른 스타일과 감성을 표현하는 독자적인 시들이지만 분명 작가가 그 시들 안에 흐르는 공통된 정서를 발견하고 나만의 시로 풀어내기를 바란다는 점이 잘 느껴진다. 물론 작가가 염려한 것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난해한 시도 있지만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면서 그 의미를 헤아려보는 시간도 분명 가치있는 도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시 쓰기에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지만 이틀 간의 소설 쓰기 시간 역시 흥미롭고 알차다. 재미있게 쓰는 것이라는 단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며 진짜 관심있는 것을 찾아 글을 쓰면 삶조차 더 흥미로워진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동의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 이 책은 글쓰기와 삶에 대한 이야기로 갈무리 된다.

"글쓰기에서는,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삶보다 중요한 게 없습니다."

영국의 계관시인 테드 휴즈가 알려주는 쓰기 비법이 궁금해 펼쳐든 <오늘부터, 詩作(시작)>

쓰기란 결국 살아가는 것을 써내려가는 일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진정한 자신만의 경험을 소유하기 위해, 다시 말하면 진정한 자신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것이 바로 시라고,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언어로 표현할 말을 찾는 순간을 시라고 부른다는 사실.

오늘부터, 진정한 나를 되찾는 시작이 시작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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